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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열풍의 대표주자 냉동삽겹살 맛집, 빙삼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그냥 식당

레트로 열풍의 대표주자 냉동삽겹살 맛집, 빙삼

강마 2020. 8. 19. 09:26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가장 실감나는 요즘. TV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음악, 음식, 의류에까지 복고 열풍이 단단히 불어 당분간은 사그라들지 않을 듯하다.

 

전공자는 아니라 이 현상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설명할 재간은 없지만, 나에게 있어서 90~00년대는 엊그제의 일같으면서도 취향 및 식성에 대해 가장 큰 영향을 준 시대가 아닐까 싶다.

 

자갈을 깔아놓은 야외테이블에서 조개구이를 처음 먹어보고, 경양식 집에서 돈가스를 썰던 그때 그 시절.

 

 

 그중에서도 가장 쇼킹했던 음식은 아마도 냉동 삼겹살이지 않았을까. IMF 이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모든 학생들을 고깃집으로 이끌었던 메뉴. (1인분에 2,000원하던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유명 TV 프로그램에 몇 번 나오더니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냉삼을 오랜만에 먹으러 갔다.

 

 

 냉삼의 유행과 함께 각종 전문 체인들도 우후죽순 생겼으나, 우리가 방문한 빙삼은 체인점은 아니고 이 자리에서 한우전문고깃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업종을 전환한 개인 가게라고 한다.

 

가격은 1인분에 12,000원. 생삼겹과 별 차이 없는 가격에 다소 비싼 감이 없지는 않지만, 가장 품질이 좋다는 국내산 암퇘지를 사용한다니 믿고 먹어보는 수밖에.

 

 

 레트로 느낌 그대로 담아낸 양은 쟁반에 스뎅 그릇으로 기본 상차림이 완성된다. 

 

가격이 좀 과하다고 생각한 게 무색해질 정도로 다채롭게 나온 밑반찬과 소스들. 일단 상차림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맛있게 먹는 방법을 자세히 읽어보니 가운데 놓여있는 게 가게의 특제 간장소스인듯하고, 새우젓과 쌈장, 비빔밥용 고추장에 냉삼의 필수 기름장까지. 

 

쌈장까지도 기성품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수제로 제작되어 정성이 느껴진다.

 

 

 구워도 맛있고 알싸한 맛 그대로 즐겨도 좋은 파채와, 김치도 백김치와 빨간김치 두 가지가 제공된다. 

 

식당의 음식 맛을 판가름하는 분수령같은 김치부터, 불판 위에 올리기 전 맛을 본다. 구워 먹는 용으로 담그신 건지 일반 김치에 비해 더 깔끔하고 양념이 최소화된 맛. 그냥 먹기보단 청국장이나 볶음밥에 얹어 먹으면 더 잘 어울릴 느낌이다.

 

 

 동그란 아이스크림 스쿱처럼 예쁘게 담아 나온 무채도 아삭아삭한 씹힘이 좋다. 무채 하나 들어있기엔 그릇이 좀 크다 싶었는데 청국장이나 밥을 비벼 드시는 분들을 위해, 비빔밥용 그릇으로 나온다고 한다.

 

 

 김치와 파채 등 모든 반찬이 고기와 곁들여 먹는 메뉴라고 하면 유일하게 단독(?)으로 먹을 수 있는 소시지계란부침. 분홍소시지를 계란후라이처럼 예쁘게 구워 낸 것도 좋지만 미리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따끈해서 더 마음에 든다.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상차림에 시선이 가 있는 동안 나온 냉삼 2인분. 제법 큼직하게 썰어 나와 그런지 체감상 양이 적어 보인다.

 

이것저것 구워 먹을거리가 많긴 해도 고기만으로는 살짝 부족할까 싶어 순두부찌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원래 물건을 구매하면 사용설명서부터 읽어보는 성격이라, 벽면에 붙어있던 맛있게 먹는 방법 그대로 첫판에는 기름이 배어 나올 때까지 고기를 올린 뒤 후추만 첨가를 해본다.

 

냉동 삼겹살답게 순식간에 익는 고기들. 다행히 품질 좋은 고기라서 그런지 냉동 특유의 물도 안 생기고, 투명하고 깨끗한 기름이 배어 나온다.

 

 

 충분히 기름이 나왔을 때, 기대했던 김치와 마늘쫑, 마늘을 올려 불판에 박차를 가해본다. 

 

역시 채소는 돼지기름에 볶아야 제 맛이구나. 깨끗한 기름에 볶아진 김치와 파채가 한층 풍미가 좋아지고, 고기도 야들야들 부드러워 술술 넘어간다. 

 

 

 냉삼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순식간에 익어 굽는 손도 먹는 입도 바쁘다는 것. 정신없이 먹고 굽고 하는 동안 잊고 있던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그런데 이 양은 또 무슨 일인가. 그저 백반집에서 나오는 크기의 뚝배기로 나올 줄 알았는데 고기 없이도 2인은 족히 먹을 크기의 뚝배기가 나온다. 안에도 돼지고기가 듬뿍, 순두부도 듬뿍. 

 

얼큰칼칼해 기름진 냉삼과 잘 어울리는 국물도 좋고, 건더기도 푸짐해 하얀 쌀밥에 비벼먹기에도 좋다. 

 

 

 사실 냉동보다는 두툼한 생삼겹을 더 좋아하는 식성이지만, 오랜만에 먹어 본 냉삼에 괜스레 추억 돋았던 날.

 

가격은 과거와 무척이나 달라졌지만, 맛은 더 좋아진 냉동삼겹살. 복고 열풍 중에서도 유독 큰 인기를 차지한 이유가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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