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 계란말이 김밥, 진순자김밥 본점

 

 내가 학교를 다녔을 때만 해도 급식이 선택적이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었다. 추억의 미니 돈가스와 용가리 치킨, 고소한 멸치볶음 등 수많은 밥도둑들이 도시락과 함께 했는데 그중 제일은 바로 김밥이 아닐까.

 

예전에는 소풍 때 먹을 수 있는 특식같은 메뉴였던 김밥. 지금이야 전국적으로 수많은 맛집들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추억의 그 맛을 찾아, 서울 김밥 맛집들 중에서도 계란말이 김밥으로 유명한 진순자 김밥에 방문해보았다.

 

 

 현재는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충청등 전국에 지점이 분포하고 있지만 본점은 무언가 다를 거란 이상한 신념 덕에 봉천동 본점으로 찾아온 길. 가게는 2호선 봉천역과 서울대입구역 중간쯤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김밥집들이 그러하듯 예닐곱개의 테이블만 있는 아담한 규모의 가게 내부. 최근에는 앱으로도 주문 가능한지 끊임없이 배달 알람 소리가 울려 퍼진다.

 

 

 메뉴는 간단 그 자체. 김밥은 계란말이김밥 한 종류밖에 없고 곁들여먹을 수 있는 우동, 오뎅, 국물떡볶이가 전부다. 

 

국물떡볶이와 계란말이김밥의 조합을 잠시 고민했지만 조카님과 함께한 터라 아이가 먹을 수 없는 매운 음식은 포기, 우동과 김밥 하나씩 주문을 했다.

 

 

 노란 계란옷 입은 김밥은 일반 김밥보다 작은 꼬마김밥 크기. 아이도, 어른도 한 입에 쏙 넣어 먹기 적당한 크기다.

 

밑반찬은 단무지만 나오는데 계란말이 김밥에는 전용 장아찌인 무말랭이가 있기 때문에 단무지는 우동에게 양보하고 장아찌를 올려 먹어본다.

 

김밥만 먹었을 때는 왜 그렇게까지 유명한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장아찌를 올려 한개 두개 먹다 보니 중독성이 있다. 광장시장의 마약김밥처럼, 한 입에 확 오는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은은하게 계속 생각나는 맛.

 

 

 

 원래 우동 주문시에 고춧가루가 함께 뿌려져서 나온다길래 빼 달라고 부탁드려 뽀얀 국물의 우동도 함께 먹어본다.

 

멸치향이 그득한 깔끔한 국물이 그냥 먹어도 맛있고 김밥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이 배가 되는 느낌. 고춧가루를 뺐는데도 전혀 싱겁거나 모자란 느낌은 없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유부가 잔뜩 들어 이 정도면 유부우동이라고 불러도 될 법한 모양새. 쫄깃한 면발에 유부 몇 개 걸쳐 호로록 먹으면 씹히는 맛도 일품이다.

 

김밥의 속이 다른 김밥들에 비해 적고 계란과 참기름 향이 강하기 때문에 우동보다는 국물떡볶이에 더 잘 어울릴 듯 하지만 조카님이 너무 잘 먹어줘 아쉽진 않다.

 

양 또한 가격 대비 좀 적은 편이라고 느꼈는데 먹다 보니 배가 상당히 부르다. 성인 2명이서 김밥 1인분에 우동이나 떡볶이를 시키면 딱 적당한 정도랄까.

 

 

 개인적으로 유명 맛집들을 백프로 신뢰하진 않지만, 블루리본 서베이나 맛있는 녀석들 같은 TV 프로그램에서도 인증받은 진순자 김밥집.

 

화려하진 않지만 옛날 엄마가 만들어주던 그 김밥 맛에 가장 근접한, 어머님의 내공이 말려있는 김밥 맛집으로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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