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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통의 대구 노포 경양식, 동성로 풀하우스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40년 전통의 대구 노포 경양식, 동성로 풀하우스

강마 2020. 9. 11. 08:09

 

 대구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동성로. 도시가 커지면서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지금은 반월당역부터 대구역까지를 총망라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번화가이다.

 

그만큼 유동인구도 많고 각종 가게도 많은 곳에서, 40년째 운영중인 경양식집을 찾아 나섰다.

 

 

 가게 이름은 풀하우스. 반월당역에서 도보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우린 차를 가지고 방문했는데 (어느 지역이나 시내는 그렇듯이) 별도의 주차공간이 없어 인근 유료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노포치고는 굉장히 깔끔하고, 실내가 넓음에도 불구하고 아늑한 느낌에 첫인상이 좋다.

 

 

 요새 대부분의 가게들처럼 배달 및 포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직원분들은 음식 포장에 여념이 없다.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를 살펴보니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란 말이 무색하게 다양한 식사메뉴는 물론, 안주류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메뉴판을 보고 깊은 고민에 빠졌으나, 경양식집이라면 응당 돈가스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돈가스 하나와, 해장을 위해 파스타는 까르보나라로 주문을 했다.

 

식사 메뉴를 주문하면 스프, 빵, 커피까지 코스로 제공되고 가게 한가운데 마련되어 있는 셀프바에서 샐러드를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종류가 많진 않지만 드레싱도 오리엔탈과 케요네즈 중 선택할 수 있고 경양식집에는 꼭 있는 김치, 아삭한 무 피클, 양상추와 양배추까지 실속 있는 차림새다.

 

 

 샐러드뿐만 아니라 핫소스, 스테이크소스 및 앞접시까지 어지간한 건 셀프바에서 다 이용할 수 있어 편하다.

 

주문 즉시 조리가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는 말을 들어, 주린 배를 채울 양식과 필요한 것들을 챙겨 자리로 돌아왔다.

 

 

 

 돈가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추억이 많은 덕에 각 지역의 오래된 경양식은 꼭꼭 찾아가 보는 편인데 그런 가게들의 공통점이랄까. 촌스러운 꽃무늬 소파 커버와 100명은 족히 수용할 듯한 너른 실내, 그리고 종이 매트까지.

 

요새 식당들은 고급진 테이블 매트를 깔아주지만 옛날 경양식집에서는 이 종이매트가 국룰이었더랬다.

 

 

 평범한 종이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샐러드의 맛이 배가 된다.

 

이름부터 오리엔탈인 간장 베이스 드레싱의 짭쪼롬함이 야채의 심심한 맛을 살리며 입 맛을 돋아주고 베이키드빈스와 쌍벽을 이루는 강낭콩 조림의 부드러운 달달함이 입 안에 퍼진다.

 

 

 야채를 먹었더니 묵직한 음식이 당기던 차 스프가 나온다. 스프는 별도 선택은 불가하고 가장 무난한 크림스프 한 종류.

 

(아마도) 익숙한 오뚜기표 크림스프 분말 맛이긴 한데 좀 더 어른맛이 강하다. 눅진한 크림맛이 아니라 묽으면서도 후추를 제법 넣어 칼칼한 맛이 좋다. 스프를 해장용으로 만들 생각이라면 딱 이 맛 이리라.

 

 

 그리고 연달아 나오는 빵은 스프와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버터에 노릇하게 구워 위에 꿀을 뿌려, 그 달달함이 칼칼한 스프와 궁합이 좋다. 흡사 허니버터칩의 빵 버전을 먹는 느낌.

 

식사가 나오기 전에 다 먹어치울 수 있지만 뜨거운 커피와도 잘 어울릴 듯해 후식으로 먹을 요량으로 몇 쪽은 남겨놓기로 했다.

 

 

 곧이어 줄줄이 메인 메뉴들이 도착한다. 딱 내 취향인 국물 자작한 까르보나라부터 퍼지기 전에 맛을 본다. 직접 만든 루에 아낌없이 넣은 베이컨과 꼬들하게 익혀 낸 스파게티 면이 조합이 좋고 소스의 농도며 간이 적절해 맛이 좋다.

 

사실 파스타는 큰 기대는 없었는데 괜히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크게 맛없기도 힘든 메뉴지만, 특별하게 맛있기도 어려운 메뉴인데 유명 파스타집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파스타도 양이 꽤 많았는데 돈가스도 양이 넉넉하다. 갓 튀겨내 따끈한 고기가 두 덩이가 나오고 부드러운 매쉬포테이토, 데이터 잼이라고 불리는 맛감자 튀김, 쌀밥이 모두 한 접시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바싹 튀겨 칼질 소리부터 경쾌한 돈가스. 두툼한 고기에 튀김옷이 고루 입혀져 있어 어느 부위를 먹어도 바삭바삭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돈가스 소스에 고추와 마늘이 보인다. 덕분에 느끼함이 덜해 매쉬포테이포를 발라 먹어도 맛있고 까르보나라 소스에 듬뿍 찍어도 조합이 좋다.

 

 

 커피까지 진한 느낌보단 구수한 숭늉 느낌의 부드러움이 매력적인 가게. 근처 직장인들의 점심 맛집으로도 인기 만점인 듯 점심시간이 가까이 다가오니 계속 손님이 들어온다.

 

밥 먹으러 왔다 괜스레 추억 소환당해 아련해지고, 양식인 듯 한식인 듯 이 정겨운 매력에 아직까지도 노포들이 사랑받고 재조명받는 게 아닐까.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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