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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토박이가 추천해 준 고기집, 이정 생갈비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그냥 식당

인천 토박이가 추천해 준 고기집, 이정 생갈비

강마 2020. 9. 23. 06:54

 

 

 서울을 비롯 수도권 내에 빼곡하게 몰려있는 도시들. 대부분이 차로 1시간도 안 되는 거리지만 왠지 서울 촌놈들에게는 회사, 학교, 집이 아닌 이상 심리적으로는 부산보다 먼 곳이다.

 

나에게는 인천도 그러한 곳 중 하나. 공항과 차이나타운은 여러번 가봤지만 정작 인천 시내는 낯선 미지의 땅이었다.

 

 

 

 굉장히 미안한 일이지만 인천이나 경기도 친구들은 기꺼이 서울로 약속을 잡아주는데 생각해보니 난 그런 적이 별로 없더라.

 

어느 날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이제 알았냐는 타박과 함께 말 나온 김에 인천으로 놀러오면 제대로 된 고기를 먹여주겠다는 제안에 여행 가는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절대 고기 때문만은 아니다.)

 

 

 

 1호선 만수역 먹자골목에 위치해 있는 이정 생갈비. 가게에서 직접 고기 작업을 하여 돼지는 물론 한우까지, 먹을 수 있는 부위는 다 파는 곳이란다.

 

만수동 살때부터 친구의 오랜 단골집으로 현재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음에도 고기 먹으러 종종 방문할 정도로 믿을만한 집이라나.

 

 

 걸어오는 내내 이게 맛있고 저게 맛있다는 추천 메뉴를 들으며 도착한 가게.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메뉴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가격이 생각보다는 싸지 않은 듯해 자세히 보니 1인분에 200그람이다. 언젠가부터 슬금슬금 1인분 양이 줄어 지금은 150그람인 곳이 많은데 말이다.

 

 

 

 한우를 시키고 싶었지만 그럼 사이가 멀어질 듯해, 친구의 추천으로 항정살을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나니 약간은 빈약한, 상이 차려진다.

 

콩나물 무침과 깻잎 장아찌, 쌈, 마늘, 파절이, 볶음 김치가 기본 반찬. 밑반찬이 많을 걸 좋아해 약간은 실망한 표정으로 앉아 있자니 고깃집에 왔으면 고기를 보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맛없기만 해 봐라...)

 

 

 

 그래도 맛이 깔끔한 반찬들을 주섬주섬 먹고 있자니 숯을 넣어주신다. 오오 숯에서부터 느껴지는 포스.

 

고기 굽기 20년 경력인 내가 봐도 화력이며 숯의 상태가 무척 좋아 반찬이 적어, 상했던 마음이 조금 풀린다.

 

 

 그리고 등장하신 항정살. 가게에서 고기를 직접 손질하기 때문에 다른 고깃집과 다르게 항정살 부위 통째로 나온다는 게 특징이다.

 

쟁반을 한 손으로 들기 힘들 정도로 푸짐한 양과 흡사 소고기를 보는 듯한 살아있는 마블링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생+통고기의 장점은 맛, 식감, 풍부한 육즙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점은 역시 굽기 까다롭고 정성과 노력이 배로 든다는 점이다.

 

소중한 육즙이 사라질까 두려워 우선 통으로 어느 정도 익힌 다음에 소분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예상치 않게 나온 서비스 김치찌개. 보통은 된장찌개가 나오는데 김치찌개가 나온다는 것도 이 가게의 특징인 듯하다.

 

커다란 솥에 대량으로 팔팔 끓여을 터라 깊고 진한 국물 맛이 고기와도 궁합이 좋고 밥 말아먹기에도 딱 좋다.

 

 

 드디어 인고의 노력 끝에 맛있게 익은 항정살의 자태에, 너나 할 거 없이 불판 위로 젓가락이 덤벼든다. 

 

먼저 소금만 살짝 찍어 맛을 보니 처음은 쫄깃한 고기 맛이 느껴지고 이내 팡팡 터지는 육즙이 고소한 돼지기름과 함께 입 안에서 녹아내린다.

 

 

 내가 먹어 본 항정살 중에 단연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다. 다른 가게에서 항정살을 시키면 너무 얇게 썰어 맛이 제대로 안 느껴지거나 비계 부분만 두텁게 썰어 줘 기름진 맛에 금방 물렸는데 말이다.

 

아쉬운 점은 굽는 시간은 긴데 먹는 속도는 빨라, 먹다가 고기가 끊겨 감질난다는 것.

 

 

 고기가 너무 빠르게 사라져 특단의 조치로 두 번째 판이 익는 동안 육회를 추가하기로 했다. 

 

육회는 1인분이 아닌 대, 중, 소로 구분되어 있다. 느낌상 소 짜는 모자를 듯해 중으로 주문을 했더니 친절하신 사장님이 먹기 편하게 두 군데로 나눠 담아주셨다.

 

 

 

 신선도가 생명인 육회도 맛이 좋을 밖에. 육회랍시고 어설프게 냉동이 나오는 여타 육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소함에 계속 젓가락이 간다.

 

노른자 터트려 슥슥 비벼준 다음에 그냥도 먹고 육회 비빔밥처럼 상추쌈에 싸 먹기도 했더니 육회도 금방 동이 났다.

 

 

 

 평소 먹는 양보다 한참을 더 먹었음에도 젓가락을 놓기 어려웠던 이정 생갈비. 다음에 오면 돼지생갈비와 한우를 꼭 먹어보리라 굳은 다짐을 하게 되는 곳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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