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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즐기는 일본가정식, 명동 오후정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서울에서 즐기는 일본가정식, 명동 오후정

강마 2020. 9. 25. 11:17

 

 최근 반강제로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한식보다는 외식 느낌 물씬 나는 음식이 당겼다.

 

계속 기회를 노리다가 종로에 일이 있어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가게 된 명동.

 

 

 사람이 없어 한산하기까지 한, 오랜만에 걷는 명동거리는 낯설기도 하고 옛생각에 묘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일단 밥부터 먹고 보자는 생각에 서둘러 메뉴를 정하기로 했다.

 

관광객에게 점령되었던 명동교자나 명동돈가스같은 전통 있는 집을 갈까, 새로 생긴 핫플레이스를 갈까.

 

 

 그러다 문득 연어 덮밥을 맛있게 먹었던 오후정이 생각나 명동 성당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후정은 홍대, 대학로등 여러 지점이 있고 일본 가정식을 표방하는 체인점이다. 깔끔한 한상차림으로 직장인들 점심 메뉴로도 인기가 많은 곳.

 

 

 예전에 와보고 오랜만의 발걸음이라 길을 살짝 헤맨 뒤 입구를 찾아냈다.

 

건물 3층에 있어 잘 눈에 띄지 않으니 바로 옆 건물인 로열호텔을 찾아가는 게 더 수월하다. (을지로 입구 방면에서는 하동관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런치로 즐겼던 반상차림이 없어지고 코로나 및 여러 가지 경제상황으로 메뉴에 일부 변화가 생긴 듯하다.

 

일본식 덮밥한상 메뉴 중 지라시스시 덮밥은 아예 주문이 불가능하고 연어도 오후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그나마 일본 가정식과 근접해 보이는 돈가스와 간장새우 덮밥으로 주문을 했다. 

 

예기치 못하게 일본 가정식이 아닌 일본 가정식의 탈을 쓴 정체불명의 상차림이 되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맛만 있으면 그만인 것을.

 

 

 2시가 다 되어 방문한 덕에 햇빛 좋은 창가 자리에 앉아 파란 가을 하늘을 구경하고 있자니 음식이 금방 나온다.

 

큼직한 새우 4마리가 간장에 잘 재워져 있고 탐스러운 달걀노른자가 주황빛 날치알과 어우러져 먹음직스러운 상차림.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음식을 공유하는 게 좀 꺼려질 수 있는데 여긴 1인 1 상차림으로 나오는 점이 좋다. (메인 메뉴를 나눠먹는다는 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반찬이나 국은 그때마다 조금씩 변경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날은 옛날 도시락스러운 반찬들이 나왔다. 

 

어묵볶음에 검은콩조림, 피클은 공통이고 간장새우 덮밥에 나오는 김과 오징어 젓갈, 국은 청양고추 송송 썰어내어 매콤하지만 깔끔한 콩나물국.

 

 

 새우도 손질하기 편하게 집게와 가위가 같이 제공되고 껍질이 벗겨 나오기 때문에 손을 댈 일이 없어 좋다.

 

장도 조금 넣고 새우도 한입 크기로 잘라 노른자와 날치알과 잘 비벼주면 먹을 준비 끝.

 

 

 간장새우이긴 하지만 짜지 않아 새우만 먹어도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좋고 뒤이어 날치알이 톡톡 터지는 느낌에 식감까지 만점이다.

 

같이 나온 김도 김밥용 김이라서 싸 먹어도 바삭한 느낌이 살아 있어 맛도 좋지만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

 

 

 간장새우덮밥이 한식과 일식의 퓨전 느낌이라면 돈가스 한상차림은 조금 더 일본 가정식 느낌이라 균형이 아주 마음에 든다.

 

국도 돼지뼈를 우린 육수에 숙주를 넣어 일본식 라면이 생각 나는 눅진한 맛이고, 연겨자와 깨 가루로 감칠맛을 더욱 살린 돈가스 소스, 샐러드까지. 

 

 

 

 오후정에서 돈가스는 처음 먹어봤는데, 특이하게도 안심, 등심 두 가지 모두 제공된다.

 

부드럽고 담백함이 일품인 안심가스는 소금에만 찍어도 맛있고, 쫄깃함이 살아있는 등심가스는 고추냉이 조금 올려 소스에 푹 찍어 먹으면 돈가스의 두 가지 매력을 다 즐길 수 있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양심상 야채도 먹어줘야 하니 그럴 땐 드레싱이 잔뜩 뿌려진 샐러드가 제격이다.

 

드레싱 자체가 요거트+마요네즈+과일의 맛이 느껴져 상큼하고 가벼운 편이라 돈가스와 함께 먹어도 이질감이 없다.

 

 

 일본식 돈가스의 정석 같은 얇고 바삭한 튀김옷 덕에 흡사 스테이크를 먹는 기분의 돈가스 한상차림.

 

흰쌀밥에도 샐러드에도 잘 어울리고 흔히 맛볼 수 없는 국물 맛까지. 생각했던 메뉴와 조금은 달라졌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던 한 끼였다.

 

 

 아직까지 명실상부한 서울의 최대 번화가 명동. 

 

관광객이 없어 한산해진 명동의 주말 거리를, 얼마 남지 않은 가을 날씨와 함께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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