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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먹어본 샤슬릭의 맛, 우즈베키스탄 음식 전문점 사마르칸트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처음 먹어본 샤슬릭의 맛, 우즈베키스탄 음식 전문점 사마르칸트

강마 2020. 12. 11. 08:50

 

 그런 날이 있다. 맛있고 새로운, 특별한 음식이 먹고 싶은 기분.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에 있는 러시아 거리가 불현듯 생각이 났다.

 

 

 예전에 식료품 구경하러 왔다가, 밤늦은 시간 골목에서 풍기는 위험한 냄새에 식당까진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곳.

 

날씨도 완전한 겨울로 접어들었으니 불곰국의 음식만큼 적당한 게 어딨단 말인가.

 

 

 그리하여 다시 시작된 러시아 거리 탐방.

 

사실 러시아거리라고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로 소규모지만 그래도 제법 상점이며 식당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음식점 이름이 두어군데를 제외하고는 죄다 사마르칸트이다.

 

 

 사마르칸트 1, 사마르칸트 시티, 사마르칸트. 이런 식이다. 전주 해장국같은 개념인 건가? 

 

왠지 비슷한 이름들이다보니 사장님이 같거나 다 아는 사이일 듯한 기분에, 딱히 고르지 않고 가까운 데로 들어가기로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러시아조차 아직 가보지 못한 곳. 굉장히 낯선 메뉴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라? 대충 무슨 맛일지 예상이 가는 메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놀라운 점은 꼬치, 즉 샤슬릭의 가격이 엄청 저렴하다는 것.

 

 

 방콕에서 먹던 3천원짜리 팟타이가 한국에서는 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걸 감안했을 때, 다행히 이곳의 가격은 아직 한국 패치가 되지 않은 듯하다.

 

단 샤슬릭은 어떤 메뉴든 2개이상 주문을 해야 하는 점만 좀 아쉽달까.

 

 

 일단 샤슬릭은 왜인지 양고기로 먹어야 할 기분이라, 양꼬치 2개와 닭고기 스프로 가볍게 시작해보기로 했다.

 

직원분들도 한국에서 오래 거주했는지 별 무리없이 한국어로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니, 곧 당근 김치가 밑반찬으로 나왔다.

 

 

 

 러시아로 이주했던 고려인들이, 구하기 어려운 배추대신 당근으로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는 음식. 오히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역수입 김치인 셈이다.

 

고춧가루나 젓갈이 들어간 조리법은 아닌지라 맛은, 김치와 동떨어져있지만 이거 생각보다 맛있다.

 

 

 아삭아삭한 당근의 식감이 살아있어 씹는 맛도 좋고 단품으로 먹어도 지루하지 않다. 

 

우리네 조리법으로 따졌을때 사실 김치라기보단, 당근 볶음 혹은 샐러드에 가깝지만 비법 한 스푼이 들어간 느낌이랄까.

 

 

 연달아 나온 닭고기 스프와 샤슬릭을 싸 먹을 요량으로 시킨 얇은 빵. 

 

삼계탕과 스프사이 어디쯤에 있는 맛. 굉장히 담백한 맛이라 살짝 당황스럽다. 우즈베키스탄 음식이라고 하면 간도 쎄고 향신료도 잔뜩 들어가 있을 줄 알았던 나의 무지 탓이긴 해도 말이다.

 

 

 한 개당 이천원인 얇은 빵은, 남미로 치면 또띠야. 인도로 치면 난의 포지션을 맡고 있는 음식인 듯. 화덕에 구워 쫄깃하지만 빵 자체 맛은 담백 그 자체다.

 

덕분에 어디든 잘 어우러져 적당히 찢어 당근이나 고기를 싸 먹기 참 좋다.

 

 

 그리고 한참 후에 나온 샤슬릭.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지글지글거리는 소리마저도 입맛을 돋운다. 개당 오천원인걸 감안하면 양도 푸짐한 셈.

 

 

 워낙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체질이지만, 경험상 외국에서 고기를 먹을 때 누린내때문에 곤혹을 치렀던 적이 있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한 덩어리 떼서 입에 넣어본다.

 

응? 이 고기 뭐지? 양고기가 원래 이렇게 부드러운 음식이었나?

 

 

 짧은 지식으로는, 입에서 녹아내린다는 표현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오죽했으면 다진 고기로 꼬치를 만든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육질이 부드럽다.

 

유명하다는 양고기집을 많이도 가봤지만 부드러움만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의 맛.

 

이제 더이상 중국집에서 파는 양꼬치는 쳐다도 안 보게 만들 위력이다. 굽기 정도도 어찌나 적당한지 흘러내리는 육즙에 녹아내리는 육질에. 샤슬릭 미쳤다 진짜.

 

 

 닭고기 스프에서 살짝 실망했던 마음이 샤슬릭 한 조각에 (갈 수만 있다면) 여권 챙겨 들고 싶은 마음으로 뒤바뀐다.

 

이 기분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 배는 부르지만 러시아식 물만두도 추가로 주문을 했다.

 

 

 모양은 우리나라의 물만두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 사우어크림이 포인트인가? 시험삼아 소스 없이 만두만 먹고 두 번째는 소스를 듬뿍 곁들여 먹어본다.

 

(가보진 않았지만) 느낌상 현지에서 파는 것보다, 한국화가 된 느낌이다. 우리가 아는 물만두보다 고기 맛이 좀 더 강할 뿐. 그런데 사우어크림을 찍는 순간 외국 음식으로 돌변을 한다.

 

 

 똑같은 감자 튀김도 마요네즈냐 케챱이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원리인 건가. 

 

샤슬릭처럼 강렬한 맛은 아니지만 꼬치만 먹기 부담스러울 때,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다가올 맛이다.

 

 

 가게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화덕을 보면서, 잠시 여기가 동대문인지 우즈베키스탄 어디쯤인지 설레는 기분을 북돋아준 곳.

 

러시아식 케이크인 나폴레옹도 상당히 유명하니 색다른 식사를 원하는 분들께 강력추천드린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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