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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돼지갈비와 숯불의 미친 만남, 마당 숯불갈비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수제 돼지갈비와 숯불의 미친 만남, 마당 숯불갈비

강마 2021. 11. 23. 11:13

 

 언젠가부터 식당이나 오래된 가게 앞에,  '백년가게'라는 마크가 눈에 띈다. 무엇인고 했더니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원하는 소상공인 육성사업이란다.

 

30년 이상 업력이 되면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은 가게 앞에 붙는, 일종의 훈장인 셈.

 

 

 그 목록을 살펴보면, 미용실이나 서점 같은 업종도 있지만 단연코 많은 곳은 식당이다. 물론 백년가게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전부 맛집인 것은 아니지만, 낯선 지역을 여행할 때는 꽤 유용한 길잡이가 돼 준다. 

 

실제로 내가 다녀본 많은 백년가게 중에서 실패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해보는 것은 해당 시, 군의 홈페이지.

 

개인 블로그나 방송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정보들도 많고, 자고로 찐맛집은 관공서 인근에 다 몰려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이번 경북 여행에서 영주를 갔을 때도, 한우숯불거리가 있다는 것을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됐다.

 

소백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물도 깨끗하고 공기도 좋아 사과, 인삼과 더불어 영주의 특산품인 한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거리가 있다니.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숯불거리 자체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많은 식당들이 단독 건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차하기도 편하고 좌석들이 널찍해서 좋다.

 

가게 밖마다 옥외가격표 표시제도 잘 시행되고 있어,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비싼 가격표를 보고 오들오들 떨 필요가 없으니 마음도 편하고 말이지.

 

 

 

 여기저기 쏘다니며 구경을 하다, 내가 들어간 곳은 마당 숯불갈비. 

 

건물 외관도,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 온 것 같은 아련한 분위기가 감돌고 상호명처럼 널찍한 마당이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어김없이 백년가게 표시도 되어 있으니 금상첨화.

 

 

 옛날 가정집을 개조해서 사용하는 모양인지, 내부도 상당히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가게 입구에는 입식으로, 안으로 쭉 들어가면 넓은 방에 좌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뉜다.

 

우린 두명이었기에 테이블에 앉았지만, 가족이나 단체 손님들은 주로 방으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밖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들어오긴 했지만, 정식 메뉴판을 보니 착한 가격이 한번 더 눈에 들어온다. 

 

종류가 많진 않지만, 한우 1인분을 3만 원에 먹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으니 말이다. 돼지갈비도 1인분에 만원이면 최근 다녀 본 식당 중에 가장 저렴한 듯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소갈비와 육회 중에 무엇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시킨 갈비가 자꾸 눈에 밟힌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갈비를, 숯불에 올리니 치이익 맛있는 소리와 살짝 양념이 탔을 때 나는 캐러멜 같은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한우고 뭐고 내 입은 이미 갈비를 주문하고 있다.

 

 

 곧 나의 앞에도 때깔좋은 갈비와 밑반찬이 깔리기 시작하는데 구성이 무척 마음에 든다.

 

막 따온 듯한 싱싱한 쌈채소와, 과일 사라다, 맵싸한 파절이, 달큰한 감자조림 등등. 하나같이 맛도 좋지만, 짭짤하고 달달하고 신선하고 매콤함이 다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이랄까.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고, 반찬으로 허기를 채우고 있자니 밥 생각이 간절히 난다. 

 

흰쌀밥에 달짝지근한 갈비 한점 올려 마늘과 고추, 파절이를 넣고 상추에 싸 먹는 그 맛. 한번 맛을 들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조합아닌가.

 

 

 마침맞게, 고기가 다 익어갈 쯤 된장찌개와 함께 나온 밥. 구수한 찌개 냄새에 본능적으로 국물부터 손이 간다. 

 

집된장으로 끓여 짭쪼롬하면서 깊고 진한, 시골밥상 스타일의 된장찌개라서 안 시키면 후회했을 뻔. 자, 이제 고기도 구워졌고 밥과 찌개도 있으니 정신줄 놓고 먹을 일만 남았다.

 

 

 먼저 아무런 토핑 없이 고기만 먹어보는데, 맛있다. 역시 돼지갈비엔 숯불이 진리인 건가. 

 

사실 숯이 너무 좋아 갈비 구울 때 살짝 애를 먹긴 했지만, 덕분에 겉은 살짝 타고 속은 부드럽고 육즙 가득한 고기를 연성해 냈으니 보상을 받은 기분이랄까.

 

 

 소스만 찍은 고기를, 밥에다 올려 초밥처럼도 먹고 쌈도 싸 먹어가며 된장찌개와 밥, 고기를 한 톨도 남김없이 다 먹고 나서야 든 생각, 아 한우 먹으러 왔었지.

 

아무렴 어떤가. 뭐라도 맛있게 먹었으면 된 거지. 아쉬운 메뉴가 있어야 한우거리를 다시 찾을 좋은 핑곗거리도 될 테고 말이다.

 

 

 한우는 못 먹었지만, 가성비 가심비 모두 만족시켜준 집을 만나 행복했던 날. 

 

백년가게라는 이름처럼 백년이상 운영되는 고깃집으로 남아 있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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