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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먹으면 기운이 불끈, 깔끔하게 매운 철판낙지콩나물범벅, 차돌엔낙지 본문
매운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즐겨먹는 나지만, 요즘엔 자극적인 매운맛은 피하게 된다.
먹을 땐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간 혹사시킨 위장이 슬슬 반란을 일으키는 걸까. 먹고 나서의 후폭풍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새해를 맞아 다짐한 일 중 하나가, 매운 음식의 빈도수를 줄이는 것과 먹더라도 건강하게 먹기.
그런데 이율배반적인 사람인 내게, 문제가 닥쳐왔다. 매운 음식은 매운맛에 먹는 건데 맵지 않은 닭발이나 맵지 않은 불족 따위는 상상도 하기 싫지 않은가.
결심을 한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았기에 최대한 지켜보자고 마음을 다 잡으며 빨간 음식을 피한 결과, 금단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열라면을 끓일 때도 청양 고추를 넣어 먹는 스타일이었으니.
그렇다고 갑자기 너무 매운 걸 먹으면 속이 놀랄 듯해 찾아간 곳은, 낙지 애호가이신 아빠의 단골집 차돌&낙지.
동네 작은 골목에 있는 가게인데, 낙지볶음을 비롯해 꼬막 비빔밥, 삼겹살, 샤브샤브까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메뉴는 다 파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메뉴는 따로 있다. 바로 철판낙지콩나물범벅.
낙지볶음도 좋고 연포탕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짬짜면 스타일의 해물 요리가 당길 때 먹는 음식인데, 파는 식당이 흔치 않아 만나기 어려운 아이기도 하다.
주문 후 기다리고 있으면 깔끔하고 삼삼한 반찬들이 먼저 나와 주고, 뒤이어 커다란 철판에 해산물부터 야채, 고기, 당면까지 푸짐하게 나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산더미같이 쌓여 있어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질 듯 하지만, 익을 때까지 사장님이 직접 볶아주시기 때문에 걱정 없다.
낙지와 새우는 질겨지지 않게 요리조리 옮기고, 충분히 익혀야 하는 고기와 당면은 양념 옷을 입혀 가며 화력이 강한 곳에, 아삭함이 생명인 야채들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숨을 살려 볶아내주신다.
그 현란한 손놀림을 보면, 계란찜을 먹으며 지켜보는데도 허기가 강하게 일 정도다.
드디어 길었던 시간이 끝나고, 먹으라는 사인이 떨어지면 지금부터는 내가 바빠질 시간.
낙지의 양념과 야채에서 나온 수분 덕에 전체적으로 촉촉한 음식은, 뜨거운 줄도 모르고 연신 퍼 먹게 되는 맛이다. 자작한 국물도 다양한 재료에서 우러나와 맛이 깊고 깔끔해 좋다.
부드러운 낙지와 아삭한 미나리, 콩나물을 함께 얹어 먹으면 콧잔등에 살짝 땀이 날 정도의 개운하고 건강한 매운맛.
먹고 난 후 더부룩함이 아니라, 힘이 불끈 솟게 만드는 마법 같은 빨간 맛을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가게였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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