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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에 딱이야, 진옥화할매 원조 닭한마리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꽃샘추위에 딱이야, 진옥화할매 원조 닭한마리

강마 2022. 3. 24. 09:11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잠깐 느꼈던 봄기운에, 성급히 겨울옷을 정리하고 나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옷차림은 얇고 바람은 매섭다. 그래서인지 자꾸 생각나는 닭한마리.

 

 

 그런데 자주 가던 단골집 맛이 변한 이유로 닭한마리를 먹을 곳이 없어져 버렸다. 

 

근처 유명하다는 가게 몇 군데를 가봐도 이거다 싶은 맛을 아직 못 만나서일까. 이럴 바엔 가장 유명한 집에 가서 먹어주겠어!라는 다짐이 들었다.

 

 

 주말에 침대를 마다하고 나선 곳은 동대문. 동대문이 닭한마리로 유명해진 데에는 여러 가지 썰이 있지만, 그곳에 맛있는 집이 있었으니 그렇지 않을까 라는 게 내 생각이다.

 

마포가 돼지갈비로 유명해진 데에는 '최대포'가 있기 때문이고 대전이 빵의 도시로 불리는 이유는 '성심당'이 있어서니까.

 

 

 같은 맥락으로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가게 두 곳을 뽑는다면, 높은 확률로 진옥화 할매집과 명동 닭한마리가 꼽힐 듯. 그만큼 골목을 주름잡고 있는, 식당이라기보단 기업에 가까운 두 가게이기 때문이다.

 

내가 향한 곳은 진옥화 할매 닭한마리 본점. 단일 메뉴만 판매하는 점이 조금 더 내 취향이다.

 

 

 

 어중간한 시간이지만, 바글바글한 내부를 뚫고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커다란 양푼이를 자리에 놔준다. 

 

메뉴가 하나라서 가능한 초스피드. 사리 추가 여부만 정하면 되는데, 대부분이 떡사리를 넣어 먹지만 난 칼국수 사리를 더 선호하기에 떡은 패스하기로 했다.

 

 

 냄비를 놓자마자 직원분들이 와서 닭 해체쇼를 시작하는 동안에 내가 할 일은 소스 만들기와 김치 퍼 오기.

 

새빨간 고추 다대기와 식초, 간장, 겨자를 취향껏 섞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듬뿍 만들어 놓는다. 워낙 중독성 강한 맛인 데다 담백한 닭고기와 잘 어울려 남길 걱정은 1도 없다. 

 

 

 바글바글 국물이 끓기 시작해, 다진 마늘을 마저 투하하고 조금 있으면 올라오는 그윽한 향기. 고기가 익기 전이지만 참지 못하고 국물부터 맛을 본다.

 

온몸에 퍼지는 따뜻한 기운과 미친듯한 감칠맛. 역시 육수는 대량으로 끓여야 맛이 사는 듯. 집에서는 아무리 끓여도 이 맛이 나지 않으니 말이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외국인들이 닭한마리를 그렇게 좋아한다고들 하는데 뭐, 닭한마리는 인정이지.

 

다양한 사리를 넣어 변주를 주기도 좋고, 좋아하는 부위만 골라 먹을 수도 있어, 삼계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좋다. 깔끔하고 진한 국물은 또 어찌나 맛이 좋은지.

 

 

 드디어 내가 찾던 닭한마리 그 본연의 맛이다. 초벌을 해서 가슴살도 촉촉하니 부드럽고 날개와 다리는 쫄깃쫄깃.

 

포인트인 양념장을 듬뿍 찍어 먹으면 얼큰함까지 추가되어 좋고 포근포근한 감자는 배가 불러도 자꾸 먹게 된다. 냄비 안에서 서로 부대끼던 고기와 감자가 사라질 즈음, 필요한 건 칼국수. 

 

 

 계속 끓여가며 먹어 진국이 된 육수에, 칼국수를 투하하고 김치와 다대기를 추가하면 또 다른 별미인 빨간 맛 닭한마리가 완성된다.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아 퍼지기 전에 간이 스며든 국수를 후루룩 먹고 나면 이마에서 땀샘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다 먹고 나서는 길. 더 이상은 매서운 봄바람이 무섭지 않은 금강불괴의 몸이 되게 만들어주는 음식. 

 

비가 예고되어 있는 이번 주말, 동대문에서 닭한마리 어떠신가요.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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