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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한우국밥이 6천 원, 당진 태봉면옥 본문
슬금슬금 올라오는 꽃망울과 한결 따뜻해진 날씨에, 서해안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창 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이 강해서인지 문득 냉면이 먹고 싶어졌다. 임산부도 아니고 때마다 먹고 싶은 건 왜 이리 많은지.
고속도로 정체가 시작된데다 배까지 고파지고 있어 서울까지 버티기 무리라는 게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이왕 차 안에 갇혀 있을 바에는 배라도 부르는 게 낫지 싶어, 가장 가까이 있는 당진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정보가 1도 없고 잘 아는 지역이 아니긴 하지만, 우리에겐 스마트폰이 있지 않은가. 폭풍 검색 끝에 당진 ic 근처에 있는 태봉면옥으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한산한 도로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식당이 보이기 시작한다.
방송에 많이 소개됐는지 가게 외부에 가득 내걸린 현수막들. 원래는 한우를 전문으로 하는 정육점 식당인데 점심에는 국밥과 물냉면을 6천원에 판매한다.
알아본 바로는 한우보양국밥이 5천 원이었는데 그새 천원이 오른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밖의 모습과 상반되게 손님이 굉장히 많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한우국밥과 비빔냉면을 주문하고 나니, 약재를 달인 물을 한 팩씩 가져다준다.
사장님이 직접 캔 약초로 달인 물을 육수로 사용한다던데, 그 자부심이 대단하신 듯. 음식이 나오기 전 뜯어먹어보니, 쌉싸름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난다.
들어간 재료만 예닐곱가지가 넘으니, 몸이 절로 건강해질 듯한 기분. 신기한 것은 그냥 물을 마셨을 때보다 갈증이 빠르게 해소된 느낌이랄까.
이 물로 육수를 낸 냉면과 국밥은 무슨 맛일까 기대감이 증폭되는 사이, 국밥에 꼭 필요한 깍두기와 겉절이, 달고 맛있는 시금치와 함께 음식이 나왔다.
넉넉하게 부어준 양념장이 딱 내 스타일인 냉면. 기대하던 육수부터 맛을 보는데 와~진짜 진하다. 육수를 먹자마자 물냉보다는 비냉파인 내가 물냉면으로 시킬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드는 맛.
새콤달콤하게 밑간이 되어 식초와 겨자 대신 육수를 조금 넣고 비비니, 거의 완벽에 가까운 비빔냉면이 완성된다.
메밀면에 밀려 요새는 보기 힘든 칡냉면 특유의 쫄깃함도 반갑고, 양념장에서도 약초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감돌아 오히려 더 감칠맛이 난다.
이름도 거창한 한우보양국밥도 국물부터 한입. 전형적인 시골장터국밥 스타일로 끓여 시원하면서도 깔끔해 좋다.
6천원짜리라 부르기에 미안할 정도로 한우도 듬뿍 들어가 있어, 더욱 횡재한 기분이다. 고기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저녁이었다면 한우를 주문해서 먹었을 텐데.
맨밥에 시금치와 깍두기만 올려 먹어도 맛있어 어느 것 하나 아쉬운 게 없다. 식사하고 나가면서 포장까지 해 가는 손님이 많을 정도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뜻밖의 결정으로, 진정한 가성비 갑 식당을 만나 행복한 날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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