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떡볶이계의 전설, 먹쉬돈나 삼청본점

 

 나는, 어느 순간 배달 음식이 되어버린 듯한 떡볶이를, 아쉬워하는 1인 중 하나다.

 

떡볶이는 학교 앞에서 종이컵에 팔던 컵볶이라던가, 포장마차에서 초록 플라스틱 그릇에 비닐봉지를 씌워 파는, 오뎅 국물과 함께 먹는 길거리 떡볶이가 근본 아니던가.

 

 

 특히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떡은 안 좋아하는 내게, 면사리, 튀김을 넣어 먹다 국물 조금 남겨 밥을 볶아 먹어야만 하는 즉석 떡볶이는 나의 최애 음식 중 하나.

 

배달로 먹는 떡볶이도 물론 맛은 있지만, 가게에서 혹은 길거리에서 먹는 맛은 남다르다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먹쉬돈나는, 내게 여러모로 충격을 가져다 준 가게다.

 

떡볶이를 줄 서서 먹은 게 처음이기도 했고, 그렇게 맛있는 떡볶이는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넓은 곳으로 옮겼고 체인점도 많이 생겨 그 특별함이 바래지긴 했지만.

 

 

 갑자기 즉떡이 먹고 싶어 오랜만에 찾아간 먹쉬돈나. 가게 안에 들어서자 떡볶이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오랫동안 가게에 배어든 그런 느낌이랄까.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려고 보니, 와. 가격 보소. 마지막으로 왔을 때 1인분에 5천 원 정도였던 듯한데 이게 무슨 일이고.

 

 

 주문방법이 많이 바뀐 듯해, 직원분께 도움을 요청하니 (2~3인분이라 쓰고 2인분이라 읽는) 옛날 떡볶이는 야채, 해물, 부대, 불고기 중 하나를 고르고, 면사리, 김말이, 야끼만두 하나씩이 기본으로 제공된단다.

 

예전에는 섞을 수 있었는데, 아쉽구만. 어쩔 수 없이 해물로 주문을 하고 쫄면 사리를 선택 후 계란을 추가하기로 했다.

 

 

 빛의 속도로 음식이 나오고, 바글바글 끓여주기 시작한다. 익어가는 동안 구경을 해보니 오징어, 홍합, 배추, 양파가 그득 들어가 있다.

 

그런데 왜 즉떡은 오뎅을 항상 조금 넣어주는 걸까. 쓸데없는 토론을 하고 있으면 밑에 가라앉아 있었던 떡들이 익어감에 따라 둥실 떠오르기 시작한다.

 

 

 떡이 올라오는 신호에 맞춰 김말이와 야끼만두도 투하. 국물부터 맛을 보니, 역시 맛은 있다. 끓기 전에는 못 느꼈지만 양도 엄청 푸짐하다. 면사리를 추가하거나 밥을 볶을 생각이라면 3명도 배불리 먹을 정도.

 

쫄깃한 떡과 쫄면부터 국물 한가득 떠서 입에 넣어주고, 중간중간 숨어있는 오징어도 찾아가며 먹고, 떡볶이 국물에 삶은 계란을 비벼 먹는 건 못 참지.

 

 

 결국 배가 불러 볶음밥은 못 먹었지만, 추억을 먹은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던 날.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었으니, 얼마 남지 않은 봄을 만끽하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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