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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이 정도면 2만원 치킨 인정, 사쿠사쿠(feat. 야장) 본문
열대야가 물러가고 나니 드는 생각. 아, 밖에서 술 마시고 싶다.
밤에는 시원하다 못해 쌀쌀함까지 느껴지니 술꾼들에게는 그야말로 포차 천국이 펼쳐진 셈이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제대로 된 포장마차 거리가 잘 없을뿐더러, 있다 해도 우리 집과 가깝지 않다는 게 문제다.
모름지기 야장에서의 술은, 추리닝입고 쓰레빠를 끌고 나와 편하게 먹는 갬성이지 않나.
그리고 밖에서 술을 먹을 때는 안주 또한 중요하다. 국물보다는 바삭하고 손에 들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게 어울린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치킨이라던가, 닭튀김이나 혹은 튀긴닭 같은 거.
생각하다보니 치킨이 먹고 싶어 져 나선 길. 천호역에서 치킨집 하나 찾으러 돌고 돌다 우연히 야장이 깔린 치킨집을 발견했다.
이게 웬 횡재람. 재빨리 한 자리를 차지하고 메뉴판을 보는데, 음.... 자리값이려나?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다.
마트 치킨이 나온 뒤로 프랜차이즈 치킨집들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아, 이런 동네 치킨집은 좀 저렴할 줄 알았더니.
후라이드가 1만9천원이고 양념류는 2만 원이다. 그런데 포장은 또 가격이 엄청 싸다. 그래서인지 먹고 가는 사람보다 포장해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고민이 됐지만, 밖에서 치킨을 씹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 먹고 가기로 결정을 하고, 후라이드와 매운 양념 반반으로 주문을 했다.
곧 기본 안주가 나오는데 김과자와 땅콩, 피클과 치킨무, 양념 소스와 케찹, 머스터드가 나온다. 뭔가 모르게 근본이 있어 보이는 상차림에 슬슬 기대감이 올라오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기분까지 절로 업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산처럼 쌓인 치킨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 잘못 나온 건 줄 알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과 감자튀김, 양배추 샐러드, 각종 과일에 튀긴 떡까지. 이 정도면 2만원 인정이지.
무엇보다 맛있다. 치킨이야 뭘 어떻게 해도 맛있지만, 좀 심하게 맛있다. 바삭바삭한 튀김옷에 비법이 있는 듯한데 간도 딱 맞고 기름에 절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더욱 좋다.
매운 양념은 불닭 소스와 비슷한 맛이랄까. 맛있다기보단 아프게 매운 질감이라 다음에 오면 후라이드만 주문을 할 듯하다.
과자나 무같은 기본 안주가 비면 말하지 않아도 바로바로 채워주는 친절하신 사장님이 있어 더더욱 흡족했던 곳. 치킨 유목민이었던 내가 정착할 곳을 찾은 날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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