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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오픈런 필수인 성수동의 핫한 쌀국수집, BEP(벱) 본문
연휴를 맞이해 오랜만에 친구와 성수동에서 접선을 하기로 했다.
나에게 성수동=족발이지만, 수년 전부터 외식업계 및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핫플이 되어버린 곳이다.
성수동을 오래 지키고 있는 노포들부터 SNS 갬성 뿜뿜한 카페, 각종 신상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어 식사 메뉴 하나 정하기도 어렵다.
이럴 땐 역시 발품을 파는 게 제일일 터.
점심보다 이른 시간에 만난 덕분에 여유를 가지고 가게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맛있어 보이는 초밥집도 지나고 유명한 성수동 감자탕 집도 지나 길을 곧장 올라가는데, 덩굴이 예쁘게 옭아매어 있는 가게 앞에 사람들이 서성이는 게 보인다.
눈에 띄는 간판도 없어, 무엇을 파는 곳인지 짐작이 가질 않아 가까이 다가가보니 구수한 고깃국 향이 난다.
자세히 보니 가게 앞 자그만한 표지판에 PHO, NOODLE, RICE 가 적혀 있다. 아항, 쌀국수집이구만.
대기자 명단까지 준비되어 있고 가게 앞에서 오픈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만 십여 명.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슬며시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옆에 놓인 메뉴판을 보고 메뉴까지 정해 놓는다.
곧 가게 문이 열리고, 마지막에 이름을 올린 나까지 들어오고 나니 딱 만석이 됐다. 이럴 때 묘하게 기분이 좋단 말이지.
정해놨던 대로 해산물 볶음면과 양지 쌀국수, 월남쌈을 주문하고 시원한 차를 마시며 잠시 기다리니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첫 타자는 뚠뚠하게 말린 월남쌈. 새우도 큼지막하게 한쪽에 한 개씩 들어있고 아삭아삭한 야채와 고소한 땅콩소스의 조합에 입맛이 싸악 돈다.
가볍게 월남쌈을 해치우고 식욕이 절정에 달했을 때 국수 시리즈도 마침맞게 나와 준다.
두툼하게 썰었지만 부드러운 양지살이 듬뿍 올라간 쌀국수. 국물부터 먹어보니, 명절에 먹은 기름기와 알콜이 싸악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볶음면은 팟타이와 거의 유사한 느낌인데, 불향이 가득 입혀져 엄청 맛이 좋다. 아삭한 숙주와 쫄깃한 해산물이 부드럽게 풀어진 면발과 어우러져 누가 먹어도 좋아할 맛.
담백한 쌀국수와 감칠맛 터지는 볶음면에 후레시한 월남쌈까지. 그릇 빼고 모조리 씹어먹게 되는 곳.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계속 대기가 생기는 걸 보니, 나만 모르고 있었던 맛집이었나 보다. 작은 골목에서 행복을 맞닥뜨려 청명한 날씨만큼 기분 좋은 날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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