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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그냥 식당

찬바람이 불면 닭한마리, 서울대입구역 대나무집

강마 2022. 12. 22. 15:44

 

 하필이면 눈이 그치고 기온이 급강하하는 날, 샤로수길에서 약속이 있다.

 

베일 듯한 칼바람에, 1분만 서 있어도 HP가 쭉쭉 깎이는 느낌이랄까.

 

 

 계획은 샤로수길을 돌아보며, 연말 분위기도 느끼고 스테이크나 파스타 같은 크리스마스스러운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지금 마음은 국물, 무조건 국물이다.

 

 

  얼큰한 곱창전골도 좋고, 맑은 국물의 샤브샤브도 당긴다.

 

그런데 샤로수길은 주 연령층이 어려서 그런가, 의외로 정통 한식집이 별로 없다.

 

 

 고민 끝에 샤로수길과 정반대로 방향을 틀어 길을 건너는데, 바로 맞은편 '닭 한마리'라는 글씨가 눈에 와 박힌다.

 

봄에 동대문에서 먹은 후 기억에 없는 걸 보아 반년만이려나. 그렇게 올해의 두번째 닭 한마리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됐다.

 

 

 특이하게 가게가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데, 건물 양 끝으로 식당과 연결되는 문이 있다. 정문은 새것이나 후문은, 가게의 연식을 짐작케 할 수 있는 빛바랜 간판이다.

 

벙커로 통할 듯한 좁은 계단을 지나 밑으로 내려가니, 테이블 3개 좌식 6개 정도 규모의 내부가 나타난다.

 

 

 테이블 수는 많지 않지만 좌석간의 간격이 넓어 답답하지 않고, 중앙에 난로가 있어 훈훈한 공기가 아늑한 느낌을 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닭으로 할 수 있는 국물요리는 다 있다. 식사로도,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을 라인업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식사 메뉴도 다양해서인지 혼밥 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 

 

별다른 고민없이 닭한마리(2인용)를 주문을 하고 사리 추가에 대해 여쭤보니, 기본으로 떡과 칼국수사리가 나오다고 알려 주신다.

 

 

 손님이 제법 있었고 사장님 혼자 하시는 것 같은데, 순식간에 차려진 상차림과 다양한 반찬에 또 한 번 기분이 좋아진다.

 

닭한마리에 필수인 김치와, 콩나물, 명엽채, 오뎅, 무생채로 이뤄진 기본찬은 집밥처럼 자극적이지 않아 주섬주섬 계속 먹게 되는 맛이다.

 

 

 특히 콩나물과 무생채는 한웅큼씩 집어 먹어도 짜지 않고 달큰한 맛이 입에 감돌아, 닭이 끓기 전까지 입맛을 돋우는 전채요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보글보글 소리와 함께, 가라앉아 있던 떡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드디어 먹을 타이밍이다.

 

 

 쫄깃한 질감에 육수가 푹 배어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떡과, 기름기가 깔끔하게 제거된 국물맛에 얼어붙었던 몸이 풀어진다.

 

닭한마리라고는 했지만, 닭다리가 4개 나오는 것으로 보아 작은 닭으로 2마리를 넣어주시는 듯, 끝도 없이 고기가 나온다. 

 

 

 잡내없이 푹 고아내서 젓가락으로도 발골이 가능한 부드러운 살코기는 짭짤한 소스에 찍어도 먹고 김치에 둘둘 감아도 맛이 좋다.

 

닭한마리가 의외로 파는 곳이 많지 않고, 맛있는 곳도 많지 않은데, 오늘 우연히 이 집을 발견하게 된 것은 날씨가 정해준 안배인 건가.

 

 

 팔팔 끓여 감칠맛이 농축된 냄비 안에 칼국수 사리를 투하해 면이 투명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먹으면 닭한마리 정복 완료.

 

뜨끈한 닭 육수가 혈관까지 침투해, 조금은 추위가 두렵지 않게 된 날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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