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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와 야장이 만났을 때, 천호 공원호프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그냥 식당

노포와 야장이 만났을 때, 천호 공원호프

강마 2023. 4. 5. 15:53

 

 천호동을 지나다니며 항상 가 보고 싶었던 가게가 있다.

 

천호공원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그 이름도 정직한 공원 호프.

 

 

 날씨가 따뜻해지면 가게 주변으로 빨간 테이블이 깔려 북적이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는 두꺼운 비닐 너머로 오뎅 국물의 향과 수증기가 넘실거리는 곳.

 

적어도 백번 이상은 지나쳤을 텐데 이제껏 가보지 못한 이유는,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이다.

 

 

 낮이고 밤이고 항상 손님으로 북적이는데 뭐가 문제냐고? 손님들의 평균 연령대가 70대라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마치 탑골 공원 인근에 있는 포장마차와 같은 분위기라면 이해가 가려나.

 

 

 또, 가게가 오래되다 보니 기분상이긴 하지만 위생이 걱정된다. 길거리 음식에 굉장히 관대한 편인 나도 그런 생각이 드니, 누군가에게 같이 가자고 권하기 어려운 분위기.

 

그러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날, 기분좋게 술 한잔하고 용기를 내 천호 공원으로 출동을 했다.

 

 

 슬금슬금 분위기를 보며 내부부터 훓는데, 생각보다 메뉴가 많고 연령층도 상당히 다양하다. 젊은 커플도 보이고 가족끼리 온 테이블도 보인다.

 

어차피 밖에 앉을 생각이긴 했지만 마침맞게 안에는 이미 만석이다. 기꺼운 마음으로 야외석에 자리를 잡고 닭발을 주문해 본다.

 

 

 닭발은 배가 부를 때 최고의 안주이기도 하지만, 솥에 한가득 담긴 모습이 너무 맛깔나 보여 주문하지 않을 수 없는 비주얼이다.

 

닭발 옆에서 팔팔 끓고 있는 오뎅국을 인당 한 개씩 건네주시길래, 닭발도 바로 주려나 했더니 석쇠에 한번 더 구워 주신다.

 

 

 사장님의 현란한 손놀림을 구경하며 먹는 오뎅국은, 포장마차에서 먹는 그 맛과 흡사하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호록호록 마시면 말초신경까지 전달되는 기분.

 

잔치국수를 주문하면 이 국물에 토렴을 한 뒤 나가는데, 국물맛이 훌륭해서인지 이 가게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듯하다.

 

 

 숯불향 곱게 입은 닭발도 꼬독꼬독 맛이 좋다. 대용량으로 볶은 후 1인분씩 구워 나와서인지 국물 닭발과 구이 닭발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어 더 마음에 든다.

 

야외 자리에서는 급속도로 식어 재빨리 먹어 치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개인 차이겠지만) 위생도 양호하고 맛도 있는데 가격마저 저렴해 더욱 좋았던 곳.

 

나처럼 봄이 되면 야장병에 걸리거나 꾸며진 레트로풍 보다는 찐 노포의 느낌을 찾는 자들이여, 두려움 없이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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