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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삼겹살먹기, 교토역 근처 한식당 지짐이(Chijimi) 본문

도시여행가이드/일본

교토에서 삼겹살먹기, 교토역 근처 한식당 지짐이(Chijimi)

강마 2023. 1. 2. 13:08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일본이지만, 12월인지라 겨울은 겨울이다.

 

분명 7~10도 정도 되는 기온임에도 찬바람이 부니, 몸이 허해진 기분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무조건 고기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을 찾아다니는데 교토 특유의 문화에 그조차 녹록지 않다.

 

이른바 관광 공해라고 불리는, 관광객으로 인한 거주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외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 식당이 꽤 많기 때문이다.

 

 

 어렵게 찾은 북해도식 양고기집에서 거부를 당하고 망연자실하게 숙소 근처로 돌아오는 길.

 

너무 현지인이 가는 분위기의 식당을 고집했나 싶은 마음도 들고,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프다. 추운 날씨에는 서 있기만 해도 칼로리가 소비된다는 말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될 줄이야.

 

 

 이대로 가다가는 편의점 음식으로 때워야 될 수도 있다는 급박한 마음에 애가 탄다. 

 

그렇게 해서 급히 수정한 조건. 고기를 팔면서 저녁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것. 단 두가지만 충족되면 어디든 들어가기로 했는데 어디선가 고기 냄새가 난다.

 

 

 그것도 상당히 익숙한 냄새인데 이거 뭐지. 어두운 골목 불이 환히 켜져 있는 식당 앞으로 홀린 듯이 걸어가 밝혀낸 정체가 한식당이라는 것을 알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일본에 한식이 굉장히 유행한다고는 들었는데, 교토 한복판에서 만날 줄이야.

 

 

 예상하지 못했던 메뉴이긴 하지만, 그들 스타일로 재해석된 한식이 궁금하기도 하고 한식당인데 설마 한국인을 거부하겠냐 싶어, 삼겹살 파티를 벌이기로 했다.

 

가게는 2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놀랍게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 있다. 잠시 대기한 후에야 자리에 앉았는데 메뉴판이 없다. 

 

 

 전에 방콕에서 갔던 초밥집처럼 앱으로 주문하는 시스템. 자리에 있는 큐알을 인식하면 곧 핸드폰에 메뉴가 촤라락 뜬다.

 

사진이 있는 메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소주 종류는 우리나라 식당 못지 않게 다양하고 한국 음료수 카테고리가 따로 있는 점도 재밌다.

 

 

 삼겹살 2인분에 김치, 상추가 나오는 세트와 순두부 찌개, 8000원이긴 하지만 삼겹살에 빠질 수 없는 소주까지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면 불판을 가져다준다.

 

쌈장은 별도로 주문해야 하는데 450엔이면 너무 비싼 거 아닌가. 결국 쌈장은 포기하고 삼겹살을 굽기 시작한다.

 

 

 눈치를 보니 원래 직원이 구워주는 듯한데, 내가 불 조절해가며 굽는 모습을 보자 직원이 다가왔다 슬며시 뒤로 물러난다. 나 역시 내가 굽는 게 더 마음이 편하기에, 상관은 없었지만.

 

고기는, 일본에서 돼지가 구이용이란 개념이 희박해서 그런가, 우리로 치면 냉삼 정도 퀄리티의 고기가 나온다. 하긴 우리나라도 냉삼 1인분에 13,000원을 육박하니, 뭐든지 추가해야 하는 외국에서 이 정도면 땡큐일지도.

 

 

 다행히 잡내는 전혀 없고, 겉절이의 어딘가에 걸쳐 있는 듯한 김치도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가장 인상 깊었던 메뉴는 의외로 순두부찌개.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시킨 건데, 양도 무척 많고 고기도 듬뿍, 김치도 듬뿍 들어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맛은 아니지만, 묘하게 중독성이 있달까. 마라맛이 나는 듯도 하고 걸쭉한 국물이 매력 넘치는 맛이다.

 

 

 교토 와서 삼겹살을 먹으리라 생각도 못했지만, 2000년대 초반의 가요가 흘러나오는 일본 식당이라니. 즐거운 경험이 됐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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