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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가이드/일본

교토 카페에서 런치세트를, 히가시야마 로즈 (rose)

강마 2023. 1. 4. 12:58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보면, 카페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낯선 풍경이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카페에서도 식사를 파는 경우가 흔했다.

 

 

 어린 친구들이야 프랜차이즈 카페가 익숙하겠지만, 라떼는 카페라기보단 커피숍이라 해야 하나. 

 

점심에는 김치볶음밥, 돈까스에 후식으로 음료가 포함되어 있는 런치세트가 있고 저녁에는 맥주를 파는 그런 곳들이 커피숍이었다.

 

 

 현 룸카페의 전신이라고 하면 의미가 비슷하려나.

 

아무튼 예전의 그런 문화가 그리워서인지 일드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나에게 일본의 고즈넉한 카페에서 식사를 하는 게 소소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나가사키의 도루코 라이스나 모지코의 야끼 카레처럼 카페 자체가 관광명소인 경우는 제외하고, 고독하게 생긴 미식가 아저씨가 식사를 하고 있을 법한 그런 곳.

 

그렇게 막연한 상상을 가지고만 있을 때, 4일 차를 맞이한 날 마침맞은 장소를 발견했다.

 

 

 난젠지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만난 카페 로즈. 

 

별생각 없이 외관이 예뻐 잠시 쳐다본 곳인데, 통창으로 엿보이는 실내 분위기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닮아 있다.

 

 

 외부에 큼직한 메뉴판이 사진과 함께 볼 수 있게끔 되어 있는 점도 좋고, 빵에서부터 파스타, 카레 등 다양한 라인업도 마음에 든다.

 

드디어 로망을 이룰 시간이구나. 

 

 

 망설임 없이 들어선 가게 안은, 밖에서 보던 것보다 더욱 아늑하고 좋다. 은은한 커피 향과 조곤조곤한 사람들의 말소리가 만들어내는 훈훈함이 감돈다.

 

자리에 앉으니 가방을 놓을 수 있는 바구니외 따뜻하게 데운 물수건을 먼저 가져다준다.

 

 

 충동적으로 들어온 터라 배는 고프진 않아 식사 메뉴는 불고기 도시락 하나만 시키기로 하고, 음료는 따뜻한 커피와 아이스커피로 주문 완료.

 

곧, 일본의 오래된 카페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닌 드립을 이용한 커피가 나왔다.

 

 

 진하게 내려진 커피는, 고급지고 부드러운 맛이 나 좋다. 카페인 공급을 위함이 아니라 맛과 향을 위한 커피라는 느낌.

 

프랜차이즈에서 봤던 투박한 머그컵이 아니라 제대로 된 커피잔 세트에 나오는 것, 소소하지만 아기자기한 소품 하나까지 신경 쓴 테가 난다고 할까.

 

 

 하지만 나를 제일 놀라게 했던 것은 불고기 도시락. 반찬 구성부터 담음새, 색 조합까지 완벽한 겉모습에 양까지 푸짐하다.

 

육질이 부드러워 술술 넘어가는 소고기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맛이 좋다. 유부 된장국도 간이 적당하고, 반찬 하나하나가 다 맛있다.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 중 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

 

 

 사실 분위기만 보고 들어온 터라 맛은 기대를 안 했는데, 어지간한 식당보다 훨씬 맛이 좋아 만족했던 곳.

 

영어, 한국어 메뉴판은 없고 손님도 현지인뿐이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헤이안 신궁과 교토미술관 방향을 관광하는 분들에게 무조건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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