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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옛날 포장마차 느낌 물씬, 할배 숯불구이 본문
꼼장어, 닭발, 막창.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호불호가 강하다는 것과 숯불과 만나면 미치도록 맛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에게는 모두 못 먹는 아이들이다. 없어서 못 먹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예전에는 포장마차를 대표하는 메뉴로 닭발과 꼼장어를 꼽았는데, 닭발은 그런대로 자기 살 길을 찾은 반면 꼼장어는 진짜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됐다.
길을 가다가도 꼼장어집이 보이면 괜히 기웃거리기도 하고, 위치를 기억해 놨다 나중에 방문도 해 봤지만 옛날의 그 맛이 영 안 난달까.
그러다 남한산성에 다녀온 어느 날.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탐색하다 숯불구이 전문점인 할배구이를 마주쳤다.
당시에는 날씨가 추워 국물 생각이 절실했던 관계로 다른 가게를 갔지만 내내 머릿속에 맴돌아, 2주가 지났을 때쯤 드디어 성남에 사는 친구를 꼬셔 남한산성역으로 향했다.
칼퇴근을 하고 달려온지라 아직은 손님이 많지 않은 내부,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가게를 보면 제법 오래된 듯한데 테이블이나 식기류가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어 기분이 좋다.
꼼장어가 대표 메뉴인 듯해 바로 주문을 하려고 하니, 그때서야 친구가 고백을 한다. 산꼼장어는 먹어본 적이 없단다. 항상 양념되고 완성된 것만 봐서, 옆 테이블에 올려진 그로테스크한 꼼장어의 모습에 깜짝 놀랐나 보다.
어... 뭔가 속은 기분이지만 어쩌겠는가. 꼼장어는 포기하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는데, 1인분씩도 주문이 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 주신다.
결국 주문한 메뉴는 막창과 닭발 1인분씩. 다른 메뉴도 궁금했지만 막창과 꼼장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양념된 음식이라 맛이 겹치니 나름 최선의 라인업인 셈이다.
곧 숯과 함께 기본 반찬들이 나왔다. 뜨끈한 김치 콩나물국, 열무김치, 양파 장아찌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특이하게도 콩비지가 한 뚝배기 나온다.
처음 먹었을 때는 콩 날내같은 향이 살짝 나긴 했는데 숯불에 올려 뜨겁게 먹으니 고소하고 담백하니 술안주로 제격이다.
다른 반찬도 모두 직접 만든 거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메뉴에 열무 국수와 열무 비빔밥이 있는 이유가 다 있었다. 열무김치가 무척 맛있다.
아삭한 식감에 깔끔한 맛이라 부담이 없어 계속 주워 먹고 싶은 맛. 시원하게 말아진 열무 국수가 절로 생각나 추가 주문을 하니 아쉽게도 열무 국수는 여름에만 하신단다.
막창이 노릇노릇 구워지는 동안, 주방에서 모두 익혀 나온 닭발부터 먹어 본다. 더 맵게 먹고 싶으면 숯불에 구워 먹으면 된단다.
얼마나 매운지 굽기 전에 하나 먼저 먹어보니 살짝 매콤한 정도다. 발가락(?) 뼈가 모두 제거되어 있어 발 모가지 부분을 잡고 뜯으면 되어 편하다.
국물 닭발보다는 구이 닭발의 쫄깃함을 더 좋아하기에, 나머지는 구워 먹기로 결정하고 잘 익은 막창도 먹어 본다.
바싹하게 구워지기 전에는 잡내가 나서 실망할 뻔했는데 기름기가 빠질 때까지 꾸준히 구워주니 맛이 훨씬 좋다. 역시 숯불님은 위대하다.
닭발도 숯불에 구우니 쫀득해짐은 물론, 양념에 불맛이 입혀져 좋다. 약간 타서 눌어붙을 때가 먹기 가장 좋은 타이밍.
막창은 소금에 살짝 찍으면 담백하고, 전용 소스와 콩가루를 입혀 먹으면 감칠맛이 더 살아난다. 두 음식 모두 술을 부르는 맛이다.
친절한 사장님 덕분인지, 맛있는 음식 때문인지 우리 이후로 들어오는 테이블은 대부분 오랜 단골이신 듯 앉자마자 메뉴판도 보지 않고 주문을 한다.
노포 분위기도 물씬 나 더욱 좋았던 곳. 다음엔 꼼장어를 먹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가리라 다짐한 날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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