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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오감만족 숯불 꼬치 전문점, 꼬지 PUB 본문
교통 편하고 물가 저렴하고 다양한 종류의 식당과 주점이 모여 있는 왕십리역은 내가 사랑하는 상권 중 하나다.
재밌는 점은, 같은 역이라고 해도 한양대 쪽과 성동구청 쪽으로는 상권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구청쪽은 으른들이나 동네 주민들이 주를 이루는 곳이라면, 학교 인근은 당연하게도 대학생들과 어린 친구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나는 가리지 않고 모든 곳을 다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학교 쪽을 많이 찾게 된다.
서울 한복판 치고는 가격이 정말 저렴한데다 맛도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어슬렁거리다 왕십리까지 넘어온 어느 날. 배가 엄청 부른 건 아닌데, 본격적인 식사를 할 정도는 아니라 가볍게 맥주 한잔 먹을 곳은 찾다 꼬치 전문점에 들어갔다.
사실 꼬치가 먹고 싶었다기 보단 가게 앞을 지나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숯불에 꼬치를 굽는 사장님의 모습에 반했다.
장인 정신이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정성스러운 손길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달까.
안에 들어가니 가게에 숯불향이 그윽하게 깔려 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찾는데, 주문은 큐알을 통해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핸드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상태. 충전이 가능한지 여쭤보니 벽돌같이 생긴 보조 배터리를 내어주고, 기본 안주로는 깐돌이와 치킨무가 같이 나온다.
나이가 먹어 그런가, 이런 별거 아닌 서비스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오랜만에 보는 깐돌이도 반갑고 굉장히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낱개로 주문할 수 있는 안주는, 부담이 없어 더 좋다.
심사숙고 끝에 주문한 메뉴는 염통 꼬치 2개와 소세지, 파떡 닭꼬치 하나.
닭꼬치는 두꺼워 익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알려준 후, 소세지와 염통이 먼저 나왔다.
칼집이 멋드러지게 들어가 있고 노릇노릇한 소시지는 보기만 해도 흡족한데 한입 크게 베어 물어보니 와, 감동이 밀려온다. 껍질은 바삭한데 안은 촉촉하고 부드럽고 육즙마저 느껴지는 기분이다.
뭐지? 수제 소세지는 아닐 텐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 걸까. 너무 맛있어서 추가 주문을 하고 식기 전에 염통을 먹으니 역시. 다 맛이 좋다.
쫄깃쫄깃한 염통 특유의 식감이 숯불에 구워져 더욱 도드라지고, 곧 나온 닭꼬치도 맛이 기가 막히게 좋다.
파와 떡과 부드러운 닭고기가 어우러져 씹는 맛이 있어 입이 즐겁고, 과하지 않게 곱게 배인 숯불향이 후각을 자극해 더 만족스럽다.
숯불 꼬치에 진심인 일본에서보다, 맛있는 꼬치를 먹어 조금은 더, 행복해진 날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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