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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20년 전 학교 앞 분식집 그대로, 순창 떡볶이 본문
떡볶이를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떡볶이에 불만이 많다.
옛날에는 주머니에서 꼬깃한 천 원짜리를 꺼내 친구와 나눠 먹던 그런 음식이 떡볶이였는데, 지금은 '엄마 나 떡볶이 사 먹게 2만 원만'이 돼 버렸다.
물론 그에 맞게 곱창이나 대창, 치즈, 차돌박이 등등 고급진 재료들이 첨가되긴 하지만, 떡볶이의 근본은 모름지기 쫄깃한 떡과 맵지도 짜지도 않는 달달한 양념맛이 아니던가.
300원이면 종이컵에 가득 담아주던 그런 학교 앞 컵볶이처럼 말이다.
그런데 거의 20년 만에 완벽히 내가 원하던 스타일의 떡볶이집을 만났다. 범인(?)은 성남시에 위치해 있는 순창 떡볶이.
성남에 산다면 모를수가 없다는 오래되고 유명한 집이란다. 그나저나 성남은 왜 이렇게 떡볶이 맛집이 많은지 참으로 신기한 동네다.
주말을 맞아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찾았는데, 식당 안이 생각보다 협소하다. 하지만 작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포장 손님이 더 많은 데다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서 대기는 없다.
가게 입구에 놓여 있는 판에, 가득 든 떡볶이의 고운 자태도 놀랍지만 가장 놀란 것은 가격이다. 떡볶이 1인분에 2천 원, 순대가 2천 5백원, 오뎅이 3개 천 원이다.
평균적으로 오뎅 한 꼬치에 천오백 원이 현재 시세인데 와, 이게 가능한 가격이었구나.
손님들의 구성도 무척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다.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들도 떡볶이를 먹고 있고 아이들을 데려 온 부부, 친구들끼리 떡볶이 먹으러 온 초등생들까지, 그야말로 나이불문이다.
기대감 가득 품고 자리에 앉아, 오뎅, 떡튀김범벅, 순대를 하나씩 주문했다. 떡볶이 1인분에 김말이 2개, 야끼만두 1개를 넣어주는 게 3천 원인데, 튀김이 낱개 판매가 되진 않고 무조건 양념에 버무려 나오는 방식이다.
처음은, 떡볶이의 육수가 되기에 그 맛이 중요한 오뎅 국물부터 마셔 본다.
어? 먹는 순간 깜짝 놀랄 만큼 맛있다. 추운 겨울 포장마차 앞에서 홀짝이던 딱 그 국물이라, 떡볶이 양념이 더욱 기대되는 맛이다.
바로 떡볶이로 방향을 틀어, 수저 위에 국물과 떡 하나를 들어 한입에 넣는데, 나 여기와 봤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 그리운 느낌이 든다.
고추장보다 고춧가루의 비중이 더 높아 맑으면서도 떡에서 나온 전분이, 국물을 진득하게 만들면서 달달한 맛이 너무 좋다. 오뎅은 없지만, 그 국물로 맛을 내 오뎅이 들어있는 듯한 감칠맛까지, 완벽하다.
별도로 주문한 오뎅도 적당히 불어 맛이 좋다. 난 꼬불이 파인데, 국물이 진해 여긴 통통이가 더 어울린다 할까.
떡튀순의 마지막 주자인 순대도 예상했던 그대로다. 장사가 잘 되는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쫀득한 간과 당면 순대만의 고소한 맛이 좋다.
신선해서 그냥 소금에만 찍어도 맛있지만, 만능 소스인 떡볶이 국물을 치덕치덕 묻혀 먹으면 20년 전 학교 앞으로 소환 완료.
우리 동네였으면 매일 출근을 했을 정도로, 내가 원했던 맛, 가격, 분위기 모든 게 완벽했던 곳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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