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에서 매운맛을 찾는다면, 용두동쭈꾸미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줄을 세운다면 생선회 종류는 맨 뒤쪽이고 갈비나 족발이 앞에 서 있을 거다.

 

해산물보다는 육류, 소금구이보다는 양념구이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초딩 입맛.

 

 

 갑각류는 손이 많이 가서 안 좋아하고, 생선회는 솔직히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 해산물 기피 중에서도 오징어, 쭈꾸미, 낙지를 대표하는 연체동물은,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해산물이다. 

 

 

잠실 방이먹자골목 맛집

맛있게 매운 진짜 맛집, 방이동쭈꾸미

 

 

 

 좋아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양념에 범벅해서 먹을 수 있고, 우리나라의 매운 음식을 대표하는 재료들이기 때문이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은 덤이고, 다른 해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린내도 적은 고마운 아이들.

 

 

 그래서 매운 쭈꾸미 볶음은 주기적으로 먹는 메뉴 중 하나인데, 종로에서 약속이 있었던 날. 문득 매운 게 무척 먹고 싶어졌다.

 

여기저기 방황을 하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과 청계천 사이에 있는 용두동 쭈꾸미 닭갈비가 생각났다.

 

 

충무로 쭈꾸미 골목

[을지로/충무로] 미슐랭 빕구르망 추천 맛집, 충무로쭈꾸미불고기

 

 

 그 험난한 종로 상권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인데, 가게 이름에 용두동이 붙었지만 쭈꾸미보다는 쭈닭이 더 유명하다.

 

가격도 착하고 맛도 있는데, 점심에는 더 저렴한 정식 메뉴가 있어 저녁보다 점심이 더 바쁠 정도....는 내 착각이었다. 7시가 지난 시간에 도착했는데 거의 만석이다.

 

 

 다행히 먹고 나가는 테이블이 있어 바로 자리에 앉았다. 쭈닭 2인분을 주문을 하고 맵게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먹어보고 추가하라며 작은 종지를 하나 준다.

 

고추기름과 캡사이신이 혼합된 무언가인데, 이걸 넣으면 양념맛이 더 진해지고 매워진다.

 

 

 밑반찬으로는 동치미, 단무지, 연두부, 케요네즈 소스를 곁들인 채 썬 양배추가 나온다. 매운맛을 중화시켜줄 수 있는 라인업이랄까.

 

닭갈비를 먹을 때 가장 괴로운, 볶는 시간을 지나고 오랜만에 쭈닭을 입에 넣어 본다. 큼직하게 잘려 있음에도 부들부들한 쭈꾸미의 맛이 좋다.

 

 

 각각의 재료들이 신선해서도 있겠지만,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양념이 훌륭하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볶음밥을 시킬 수 밖에 없다.

 

아껴뒀던 닭갈비와 쭈꾸미를 얹어 먹으면, 바닥을 박박 긁어댈 수밖에 없는 맛.

 

 

 소주가 5천원이고 공깃밥이 1,500원이라는 점이 살짝 아쉽지만 다른 메뉴들의 가격이 착하고 맛이 있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종로, 매운맛, 노포의 3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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