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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영업이라 더욱 좋다, 원조순대국 감자탕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24시간 영업이라 더욱 좋다, 원조순대국 감자탕

강마 2023. 8. 22. 10:19

 

 아는 동생이 서울에 놀러 왔다.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불족을 먹이긴 했는데, 영 만족하지 못한 표정이다.

 

 

 바로 또 먹으러 가긴 뭐해서, 오랜만에 방탈출 카페도 가고 건대 인근을 휘적휘적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낯선 골목에 도착했다.

 

위치상으로는 어린이대공원과 건대 중간쯤. 화양시장 뒷쪽길인데 여기까지 온 적은 없는 터라 모르는 동네에 온 듯한 기분이다.

 

 

 번화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술집도 많고 식당도 많다. 그 중 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은 원조 순대국, 감자탕 전문이라고 적혀 있는 간판이다.

 

매년 보수라도 하시는지 '00년 전통의 맛'이라고 적혀 있는 부분에 33년이라고 고쳐 씌여져 있는 부분이 정겹다.

 

 

 밖에서 슬쩍 분위기를 살피니, 혼밥을 하시는 분도 많고 소주병을 줄 세우는 테이들도 제법 보인다. 

 

무엇보다 24시간 영업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고, 가게에 들어가지 않아도 어떤 메뉴를 파는지 가격이 얼마인지 명확히 적혀 있는 점이 좋다. 

 

 

 망설임은, 먹는 시간을 늦추기만 할 뿐. 일행들에게 눈빛으로 암묵적 동의를 구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모녀 관계로 추정되는 두 분이서 정신없이 주방과 홀을 오가는 와중에도 반갑게 맞아 주신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감자탕(소)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다시 가게 안을 살펴보니, 요즘 물가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덕분인지 포장 손님도 많고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밑반찬과 함께 곧 감자탕이 나오고, 주홍빛이 곱게 물들어 맛깔스러운 김치부터 맛을 본다. 해장국집에서 국밥 다음으로 맛이 중요한 게 김치와 깍두기라 생각하는데, 예상대로 맛이 좋다.

 

 

 적당히 익어 아삭한 깍두기는 씹기만 해도 상큼한 기분이 들고, 겉절이보다는 김장 김치에 가까운 맛의 김치도 양념이 과하지 않아 입이 개운해지는 맛이다.

 

김치를 먹은 후 더욱 기대되는 마음으로 감자탕을 먹는데, 국물이 굉장히 유니크하다. 프랜차이즈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 가게만의 맛을 지니고 있다 해야 하나.

 

 

 우거지와 깻잎, 등뼈, 감자가 든 것이 전부인데 추어탕처럼 묵직한 국물이라, 보양식을 먹는 기분이 들게 한다.

 

국물에 들깨가루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 듯한데, 나는 좋았지만 생각보다 들깨를 안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봐서 호불호는 갈릴 수도 있을 법하다.

 

 

 저렴한 가격과 달리 양이 많아 배는 부르지만, 이 국물에 볶음밥은 포기 못하지. 냄비 바닥까지 싹싹 긁고 나서야, 비로소 만족한 동생의 얼굴을 보고 안도했던 날.

 

해장하러 갔다가 술만 먹고 왔지만 후회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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