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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마라탕 이전에 등촌이 있었다, 등촌샤브 천호점 본문
날이 쌀쌀해지거나 감기에 걸렸거나, 비가 오면 절로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인 등촌샤브칼국수.
너무 유명해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체인점이지만, 막상 먹고 싶어 찾으면 지점이 별로 없는 곳이다.
물론 방이샤브도 같은 방식의 칼국수를 판매하고 맛이 비슷하지만, 나는 등촌을 조금 더 선호한다.
그중에서도 현대 백화점 근처에 있는 천호점을 가장 좋아하는데, 가까워서도 있지만 이곳의 국물이 유독 진한 느낌이랄까.
첫 여름맞이를 냉면으로 하는 것처럼, 가을밤의 시작은 등촌과 함께 해야 한다는 신념하에 찾아간 식당.
오지 못했던 1년 사이에 가게가 전면 리모델링을 했다. 전보다 더 넓어지고 깔끔해진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셀프 코너가 생긴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육수나 겉절이를 리필할 때마다 일일이 직원을 불러야 해서, 바쁠 때는 부르기 미안했는데 이제 그럴 걱정을 덜었으니 말이다.
언제나와 같이 칼국수 2개와 고기 1개를 주문한 후, 가격표를 보니... 좀 많이 올랐다.
https://whispertrip.tistory.com/764
그래 뭐 떡볶이도 2만원 가까이 나오는 물가니 싶다가도, 7천 원 일 때부터 다녔던 나에게는 조금 충격이다. 제발 맛만 그대로이기를.
반찬은 겉절이 하나뿐이지만, 이 겉절이가 열일을 하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가볍게 겉절이부터 한 그릇 비우니 곧 국물이 끓기 시작한다.
미나리와 숙주, 느타리 버섯, 감자, 양파가 전부지만 각 재료에서 나오는 채수가 국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마지막으로 소고기를 투하하면, 걸쭉하고 진한 국물이 완성된다. 야들야들한 고기에 미나리를 감싸 간장에 콕 찍어 먹으면 말해 뭐 하나. 이 맛에 여길 온다.
평소에는 육류 위주로 식사를 하지만, 샤브샤브를 먹을 때면 고기보다 야채가 더 맛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칼칼하면서도 묵직한 국물은 좋은 해장국이 됨과 동시에 술을 부르는 이율배반적인 맛이다. 된장을 조금 넣는 게 비법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듯한데, 집에서는 도저히 이 맛이 나질 않는다.
고기와 야채를 어느 정도 건져 먹고 나면, 육수를 보충해 준 다음 다시 화력을 높여 칼국수를 투하할 차례가 온다.
이쯤 되면 이미 배는 부르지만, 젓가락은 쉴 수 없다. 칼국수를 위한 겉절이를 한번 더 리필한 후 면이 투명해지면 2차 식사가 시작된다.
마지막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포기할 수 없는 계란 볶음밥이다. 계란과 밥, 미나리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음식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맛이다.
밥알이 하나씩 살아있는 꼬들한 식감에 고소하고 심심한 듯하면서 적당한 간까지, 뭐 하나 나무랄데가 없다.
요새 학생들의 대표 외식 메뉴가 마라탕이라고 하던데, 얘들아 등촌도 한번 먹어봐주면 안 되겠니.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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