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스타일 그대로, 천호 노포중국집 보성각

 

 양꼬치, 마라 같은 다양한 중국요리가 들어오면서부터 우리가 알던 중국집의 스타일과 맛이 변했다.

 

맛이야 상대적이니 뭐가 더 낫다고 단정 지어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옛날 중국집을 더 선호한다.

 

 

 꿔바로우보다 케찹이 들어간 달달한 소스를 곁들인 바삭한 탕수육이 좋고, 차돌이며 해물이 화려하게 올라간 짬뽕보다 야채가 듬뿍 들어간 옛날 짬뽕이 더 좋다.

 

문제는 일식 돈카츠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경양식 돈가스처럼, 중국집도 그러하다는 점이다.

 

굴짬뽕의 원조, 을지로 노포 안동장

 

 요리쪽은 더 발달했을지언정, 탕수육과 짜장면, 짬뽕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중국집 하면 생각나는 3 대장의 맛이 하향평준화되고 있다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요새는 배달안하는 집이거나 정말 유명하다거나 동네에서 굉장히 오래된 노포들만 찾아다니고 있는데도 성공률은 처참하다.

 

 

 마음에 드는 중국집이 찾을 때까지 중국집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

 

나만큼이나 중국집에 진심인 친구의 추천으로, 풍납시장에 있는 보성각을 찾아가게 됐다.

 

고기 한판세트가 있는, 총각네고깃집

 

 행정구역상으로는 송파구 풍납동이지만 천호역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풍납시장은, 대부분의 방문객이 동네 사람들이라 노포도 많고 숨은 맛집도 많다.

 

보성각 역시 2층에 있는데다 배달도 하지 않는 곳이지만, 식사 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단골이 많은 곳이란다.

 

 

 기대감을 품고 퇴근 후 달려가니, 계단에서부터 신명 나는 웍 소리가 울려 퍼진다.

 

테이블의 절반 정도 손님이 차 있어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판부터 보는데 가격이 참으로 훌륭하다. 짜장면이 4.0 탕수육이 11.0이라니 어지간한 분식집보다 가성비가 좋다.

 

 

 자연스레 짜장면과 탕수육 세트 메뉴를 시키려는데, 친구가 여기서는 꼭 보성면을 먹어야 한단다. 다른 중국집에서 먹어볼 수 없는 특별 메뉴인데 그 맛을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좋아할 거란다. 

 

결국 미니탕수육과 보성면을 주문을 한 후 음식을 받고 나니 친구말에 동의를 할 수밖에 없어졌다.

 

 

 고추잡채와 볶음짬뽕 중간쯤의 소스를 면 위에 잔뜩 올려 나와 풍부한 해물과 야채 건더기를 잘 섞어 먹으면 되는데, 그 맛이 참 오묘하다.

 

맵지 않은데 매콤하고 볶지 않았는데 볶음면 맛이 나며 먹어본 맛인데 먹어보지 못한 맛이 난다. 가장 근사치에 있는 음식은 아마도 대구의 야끼우동 순한 버전이려나.

 

 

 탕수육 역시 막 나왔을 때는 튀김옷이 퐁신퐁신한 맛이 났는데 조금 식으니 바삭한 식감의 옛날 스타일 탕수육으로 변해 신기하다.  소스 역시 케첩 베이스는 아니지만 색이 진한 옛날 맛이라 더욱 좋다.

 

양이 적은 편도 아닌데 너무 맛있어서 짬뽕밥까지 추가 주문을 하니, 역시나 근본의 계란후라이가 올려 나온다.

 

고기육수의 묵직한 맛이 아닌 고춧가루와 채수로 맛을 낸 찌개같은 맛이라 술안주로 제격이다. 

 

 

 먹다보니 근처 상인분들이 포장을 해 가시는데, 포장용기가 아닌 그릇에 통째로 주고 또 그 그릇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며 절로 옛 생각이 났던 곳.

 

보성면 하나로 충분히 올 만한 가치가 있었던 성공적인 천호의 노포 중국집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