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미와 칼국수를 함께, 천호 더식당

 

 천호 로데오거리에서 100번은 족히 넘게 지나다닌 길에 있는 더식당은, 2층에 있기도 하고 밥집 분위기가 강해 가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워낙 가게가 자주 바뀌는 상권인지라 금방 없어질 듯한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면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궁금해서 메뉴를 찾아보니 쭈꾸미와 피자, 칼국수 심지어 랍스터까지 판매를 한다. 모호한 정체성에 궁금증을 고이 접어두고 잊어버린 식당이 됐다.

 

서울에서 제일 유명한 쭈꾸미, 나정순할매쭈꾸미

 

 그러다 찬바람이 미친 듯이 불던 며칠 전, 마땅한 메뉴를 찾아 헤매고 있는데 4,5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건물에서 우르르 나오며 맛있었다고 칭찬을 하며 지나간다.

 

지하는 노래방이고 위층은 술집이니, 유력한 용의자는 2층에 있는 더 식당.

 

 

 마침 따뜻한 국물과 매콤한 메뉴 사이 고민을 하던 찰나라 잠깐의 망설임 끝에 가게로 진격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한 층을 전부 사용해서 넓은 실내와 데이트하는 커플부터 단체석의 회사원들, 가족까지 의외로 고객층이 다양해 놀랍다.

 

천호 소주파는 피자집, 레코드피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구경하니 단품보다는 세트메뉴 구성이 메인이다. 

 

꼬막과 쭈꾸미 중 하나, 칼국수와 냉국수 중 택을 하는 게 기본 세트인데 여기서 피자를 추가하냐 랍스터를 추가하냐 모두 추가하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피자까지 있는 건 너무 헤비해 가장 기본 세트에서 쭈꾸미 직화볶음, 조개 칼국수를 택하기로 했다.

 

기본 반찬은 셀프바에서 필요한 만큼 가져다 먹으면 되는데 반찬이 될 만한 건 열무김치와 마늘김치 정도고 대부분 비빔밥 토핑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칼국수 육수와 면이 나왔다. 끓여 나오는 게 아니라 자리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어 좋다. 

 

면을 넣기 전 국물을 먹어보니 칼국수라기보다는 시원한 조개탕에 면사리를 넣는 느낌이다. 직접 뽑은 생면이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별 기대 없이 들어왔는데 칼국수의 완성도가 높아 미안한 기분마저 든다. 

 

주방에서 70번 이상의 불질을 한다는 직화 쭈꾸미도 테이블에 도착하자마자 알싸한 불향을 드러내며 기대감을 높인다. 대접 가득 담긴 밥도 인원수대로 나오고 쭈꾸미의 양도 적지 않다.

 

 

 탄수탄수한 조합이라 부담스럽긴 하지만 맛의 지향점이 다른 메뉴라 물리거나 하진 않다.

 

야채는 아삭아삭하고 쭈꾸미는 알맞게 익어 질기지 않아 쌈으로 먹어도 맛있고 상추와 김가루, 깻잎을 잔뜩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어도 맛이 좋다.

 

 

 2인 기본세트 기준으로 양이 3인분 이상은 될 법한데 다른 식당 쭈꾸미 가격에 칼국수에 밥까지 양껏 먹을 수 있는 곳.

 

롱런하는 이유가 있는 더식당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