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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며 10년만에 찾은 봉하마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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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며 10년만에 찾은 봉하마을

강마 2019. 5. 11. 15:56

 

 10년 전 5월의 어느 날.

 

 잠이 덜 깬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와 냉장고 문을 열고 시원한 물을 컵에 따라 마셨다. 일상의 여느 날들처럼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보는 이 없이 켜져 있던 거실의 TV에선 갑자기 속보가 흘러나왔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이었다. 

 

 좋아하고 존경했던 그분의 죽음, 그리고 그 방법. 어느 것도 다가오지 않아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멍하니, 정말 한참을 TV 앞에 서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그렇게 나의 인생에 크게 다가왔던 적이 있었던가. 가족인 할머니를 제외하곤 그분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 한 공간엔 그 사건이 자리 잡고 있다. 그분의 정치적인 세력에 속한 것도 실제로 뵌 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10년간 매년 이맘때쯤 5월의 그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시리다. 

 

 

 

 10주기를 맞아 그분의 마지막 흔적이 남아있는 김해 봉하마을에 방문했다. 

 

 전라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내게 경남은 심리적으로 너무나 먼 곳인지라 그동안 찾아가지 못하다가 부산에 갈 일이 생겨 일정에 넣게 되었다. 드디어 가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기 전부터 마음이 너무 설렜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빼곡한 주차장. 역시 아직도 그분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특히나 가족단위로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 보기 좋았다.

 

 

 

  지명 이름에 '마을'이 들어가는 곳 중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봉하마을의 규모는 내가 상상하던 그것보다는 매우 작고 소박했다.

 

 뒤쪽의 봉하산자락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보호해주는 듯한 느낌 때문인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전경이었다.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관광인프라 구축이 잘되어있는 듯하였다. 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안내도부터 곳곳의 기념품 샵, 화장실 등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배려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 위치 한 CAFE 봉하에서 시원한 ICE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을 주변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어도 20~3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을 작은 마을에 볼 것이 많은 것은 아니다. 다만 다시 기억하고 싶은 그분의 말씀, 인생 등을 느끼면서 곳곳에서 그분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따로 무언가를 알아보지 않고 방문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집 안을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사님께서 마을을 떠나시고 나서부터는 방문객들에게도 오픈을 한다고 한다. 현장 접수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아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 포기했다. 미리 알아봤었다면 온라인을 예약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방문하실 분들은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고 간다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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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입구로 들어가 복원해놓은 생가, 퇴임 후 집을 지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기념비와 추모할 수 있는 광장이 나왔다. 가는 길 곳곳에서 국화를 파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어디에 쓰는 건지 몰라 그냥 지나쳤었는데 하나 살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숙연한 마음으로 들어간 광장의 통로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글 하나하나가 담긴 타일로 채워져 있었다. 

 

 

 

 집 근처에 작은 비석 하나만을 남기라는 유지에 따라 세워진 기념비는 그분이 지향했던 삶의 방향처럼 정말 낮게 세워져 있었다. 앞에 서서 잠시 눈을 감고 묵념을 했다.

 

 

 

 미화된 위인전 속 어느 위인보다도, 미화되지 않은 그분이 살아온 인생이 보기 좋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분을 그리워하고 기억한다. 그리고 기억이 아련해질때쯤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 언제든 봉하마을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잊혔을 때가 정말 죽는 것이라는 어느 만화 속 대사처럼, 아직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그런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 살아계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렇게 영원히 살아계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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