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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매운 우동과 왕돈까스, 한신우동 샤로수길점 본문
얼큰한 즉석 우동과 왕돈가스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다.
2000년도 초반에는 번화가마다 트럭이 하나씩 있어 우동이나 토스트를 파는, 말 그대로 푸드트럭이 많았다.
야근을 하고 들어가는 회사원들이나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야식이, 술을 마신 이들에게는 간단하지만 확실한 해장을 할 수 있게 해 주던 곳.
트럭에 빨간 글자로 기계우동, 짜장이라고 적혀 있으면 괜스레 가슴이 설레고 그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동과 돈까스가 고급(?) 진 일본식으로 유행이 옮겨 가면서 보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유행은 돌고 도는 법. 다시 즉석 우동을 하는 가게들이 많아졌다. 트럭이 아닌 실내, 개인이 아닌 프랜차이즈로 바뀌긴 했지만, 포장마차 우동을 좋아하는 내게는 다행인 일이다.
돈까스에 소주 한잔 하자는 친구의 꼬임에 넘어 찾아간 곳은, 샤로수길에 있는 한신포차.
최근 많이 보이는 프랜차이즈인데, 생면을 사용하고 우동의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으며 돈까스를 같이 판매하는 곳이다.
평소에는 대기가 무척 많은지 2인 이상은 최소 주문 금액이 존재하고 매장 이용시간도 한정돼 있다.
아마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2차로 많이들 넘어오는 모양이다. 내가 갔을 땐 6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널널하고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둘이서 14,000원을 넘겨야 하기에 돈까스 하나와 즉석 우동을 주문했는데 같이 간 친구가 매운 음식을 멀리하는 중이라 다대기는 따로 달라고 요청했다.
기본찬은 깍두기와 단무지로 전형적인 우동집 스타일이다.
주문과 동시에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5분 정도 지난 후에 음식이 나왔다.
진한 멸치 육수에 유부와 김가루,다진파 그리고 쑥갓이 들어가 있는 옛날 우동 그대로의 모습이라 좋다.
왠지 쑥갓이 없으면 이 맛이 덜하다고 해야 하나. 여러모로 호불호가 있는 향채지만, 극호인 내게는 반가울 따름이다.
그냥 먹기엔 육수가 짭짤하긴 한데 면과 함께 먹으면 간이 알맞고, 바로 뽑은 면이라 그런지 부드러운 식감이 마음에 든다.
면은 칼국수에 가깝다 해야 하나. 시판 우동사리에 비해 탱글탱글 하진 않지만 더 찰져 호로록 넘어가는 매력이 있다.
다대기를 섞으면 신라면보다는 맵고 불닭보단 덜 매운 정도의 맵기라 부담은 없다.
그리고 돈까스는, 정말 왕왕왕 돈까스라 나오는 순간 깜짝 놀랄 정도로 크다. 성인 남성이 두 손으로 덮어도 삐져나올 정도의 크기인데 고기도 제법 두껍다.
뒤에 깔린 샐러드와 밥이 보이지도 않아 발굴해가며 먹어야 하는데, 돈까스 자체의 맛은 평범하지만 너무 크다 보니 좀 물리는 게 단점이랄까.
엄청 맛있다 정도는 아니어도, 많은 양과 적당한 가격이 만족스러웠던 곳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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