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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보면, 카페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낯선 풍경이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카페에서도 식사를 파는 경우가 흔했다. 어린 친구들이야 프랜차이즈 카페가 익숙하겠지만, 라떼는 카페라기보단 커피숍이라 해야 하나. 점심에는 김치볶음밥, 돈까스에 후식으로 음료가 포함되어 있는 런치세트가 있고 저녁에는 맥주를 파는 그런 곳들이 커피숍이었다. 현 룸카페의 전신이라고 하면 의미가 비슷하려나. 아무튼 예전의 그런 문화가 그리워서인지 일드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나에게 일본의 고즈넉한 카페에서 식사를 하는 게 소소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나가사키의 도루코 라이스나 모지코의 야끼 카레처럼 카페 자체가 관광명소인 경우는 제외하고, 고독하게 생긴 미식가 아..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일본이지만, 12월인지라 겨울은 겨울이다. 분명 7~10도 정도 되는 기온임에도 찬바람이 부니, 몸이 허해진 기분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무조건 고기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을 찾아다니는데 교토 특유의 문화에 그조차 녹록지 않다. 이른바 관광 공해라고 불리는, 관광객으로 인한 거주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외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 식당이 꽤 많기 때문이다. 어렵게 찾은 북해도식 양고기집에서 거부를 당하고 망연자실하게 숙소 근처로 돌아오는 길. 너무 현지인이 가는 분위기의 식당을 고집했나 싶은 마음도 들고,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프다. 추운 날씨에는 서 있기만 해도 칼로리가 소비된다는 말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될 줄이야. 이대로 가다가는 편의점 음식으로 때워야 될 수도 있다는 급박한 마음..
일본에 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식당 중 하나가 규동 전문점이다. 요시노야, 마츠야, 스키야가 소위 말하는 3대장이고 그 외에도 중소규모의 프랜차이즈가 꽤 많다. 내가 교토에서, 늦은 밤에 도착한 바람에 갈 곳 없어 우연히 들어갔던 나카우도 잘 알려지지 않은 덮밥 전문점 중 하나다. 그때는 프랜차이즈인지 뭔지도 모르고, 배를 채우고자 들어갔었는데 저렴한 가격과 그렇지 않은 맛에 감동받아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곳이었다. 그 뒤로 몇 번 일본을 오가면서 3대장들은 어딜 가나 흔히 보였는데 나카우는 도통 없어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러다 이번 고베 모토마치에서 발견한 나카우. 반가운 마음에 아침은 무조건 여기다! 찜 해두고 다음날 다시 찾았다. 홈페이지를 보니 나카우는 규동 전문점보단 덮밥과 교토풍 우동 전문점을..
고베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다음 도시로 떠나기 전날 밤. 아쉬운 마음에 길거리로 나서본다. 우리나라와 달리 저녁 9시면 끝나는 식당이 대부분이라 문을 닫은 곳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술 한잔 원하는 술꾼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문 열려있는 가게들은 기어코 하나씩 기웃거려 본다. 가게 이름이 '심야식당'이길래 호기심에 들어갔다 자리가 없어서 나오기도 하고, 어디는 재료가 다 떨어졌단다. 그렇게 연신 바람을 맞으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른 골목으로 접어드는 순간. 일본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관의 가게가 나타났다. (여기가 일본이긴 하지만) 앞에 적혀있는 메뉴로 추측컨대, 오꼬노미야끼나 야끼소바를 파는 철판구이 전문점인가 보다. 메뉴도 분위기도 가격도 모두 마음에 들긴 하지만, 또..
오랜만의 일본 여행이다. 간사이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넘어온 곳은 항구도시로 유명한 고베. 두 번째 방문이긴 하나, 첫 번째가 워낙 오래된 기억이기에 낯선 도시가 주는 공기에 마냥 설렌다. 오사카나 교토를 거점으로, 고베는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관광객의 비율이 적은 점도 좋다. 저도 관광객인 주제에, 너무 관광지스러운 곳은 좋아하지 않는 이상한 내 취향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침부터 쉼 없이 이동한 탓에, 극한까지 고파진 배를 달래기 위해 호텔에 짐만 내팽개치고 가게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다짐한 것 중 하나는, 식당 정보를 미리 알아보지 말고 몸으로 부딪혀 보기로 한 것이다. 술 종류와 메뉴 이름을 몰라 주구장창 먹은 음식만 먹고 또 먹고는, 피하고 ..
오사카 지역을 여행하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열차를 타고 오사카 난바역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겠지만, 동선에 따라 고베나 교토 같은 근교로 바로 들어가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우리도 다음날 히메지 일정이 있어 바로 고베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생각을 하고 가장 경비가 적게드는 페리를 생각했으나, 비행기 도착시간과 일정이 맞지 않아 시간대가 맞는 리무진을 선택했다. 페리(500엔) + 고베하버라인(330엔) 에 비해 2000엔이나 드는 리무진은 비용이 가장 비싸다고 할 수 있으나, 열차나 페리처럼 중간중간 환승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바로 고베 산노미야 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시간도 얼마 들지 않는다는 점과 편리함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1층 버스타는곳으로 내려가면 플..